소소한일상

구월이 오면

임재수 2022. 11. 4. 22:00

구월이 오면

소소한 일상

2021-09-13 14:54:44


우리마실 구월래(九月來) /들리느니 호제성(呼弟聲)
서악그늘 월동령(越東嶺) /이내마음 두류정(頭流頂)
어서빨리 부만롱(負滿籠) /고운님은 파산행(罷山行)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가리점에서 가을은 버섯의 계절입니다. 이산저산 동행한 사람의 행방과 안부를 확인하는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해가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 산 그늘은 앞산으로 기어오릅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싸인 우리 마을은 이 시간이 좀 깁니다. 한편 이 시간이면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조바심도 깊어만 갑니다. 그러면서도 버섯으로 가득 채운 베낭 짊어지고 돌아오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걱정속에서도 기대를 하니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우리 내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역할이 뒤바뀌었습니다. 그분은 사수였고 저는 부사수겸 탄약수였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저는 안전한 능선길을 가고 사수는 온갖 장애물을 돌파하며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작년으로 끝이었습니다. 사수는 무릎에 이상이 생겼고 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력이 좋지 않아 금년에는 일체의 미련을 버렸습니다.

 

시선 이백의 "자야오가"를 모방하여 표현해 봤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던 작년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때는 주제넘게 한시로 써 보려다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과 한문을 섞어 표현한 저번의 시도를 격려해 주신 분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군 복무하는 연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자야오가]입니다. 가을 바람이 불고 머지 않아 겨울이 올 것인데 우리님은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자나깨나 걱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을 못 믿어 확인차 검색을 하니 [자야오가]에 이상한 것이 먼저 나오고 이백의 한시는 한참 뒤에 나옵니다. 허참 세상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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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제성(呼弟聲) : 아우를 부르는 소리, 산에서 서로행방이나 안부를 확인하면서~

2. 두류정(頭流頂) : 두류봉(두리비-우리마을 동북쪽 산 이름)의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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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오가(子夜吳歌)

---이백(李白)

長安一片月(장안일편월) 장안의 하늘에 조각달 떠오르니

萬戶擣衣聲(만호도의성)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들리네

秋風吹不盡(추풍취부진) 가을 바람 쉬지 않고 불어오니

總是玉關情(총시옥관정) 마음은 오로지 옥관으로 향하네

何日平胡虜(하일평호로) 언제나 외적을 소탕하고

良人罷遠征(양인파원정) 우리님 원정에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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