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바보짓만 할 수 읍자나

임재수 2022. 11. 4. 18:11

바보짓만 할 수 읍자나

소소한 일상

2020-05-27 15:18:02


은척에서 볼일을 마치고 상추 쑥갓 겨자채 각각 세 봉 그리고 대파 네 봉을 가지고 상주로 가는 도중이었다.

"이거 다 팔만 얼매나 대여?"
"상추가 한봉에 처넌이고 겨자채는 천오배건씩이니까 ~~~아이구 헷갈려"

"다 하패도 2마넌 대까?"

"그렁께 이걸 실고 가는 우리가 바보네"
"기름 딸구고 일도 몬하고 머하는 지시야"
"그래도 내가 1호 조하번이자나"
"그래서?"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제때 공그패야~"
"그 이야기 구십 여들분만 더 드르만 백분이다."

 

상주 생각에 가서 출하 노트를 작성하고 신규 상품 등록하고 라벨지를 뽑아서 붙이고 나오다가 예전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뒤에 있음)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래서 세천에서 은척으로 빠지지 않고 문경으로 차를 몰았다.
"어데 가여"

"문경 새재나 가자고"
"갑자기 먼닐?"

"우리가 바보진만 할 수 읍자나?"
"으~엉?"

"그러니까 우리는 2마넌어치 납품하러 나온기 아이고 문경새재 구경 가는 길에 ~"
"꿈보다 해몽이 좋수다"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관문을 거쳐 2관문까지 걸었다. 요즈음은 산골 마을에서도 흙길 걷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잘 손질된 새재길을 걸으니 기분 전환이 되는 듯했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나면 벗고 반복을 했다. 자주 갔던 곳이라 새로운 구경거리는 없지만 손잡고 걸었다. 전에 없었던 미로 공원이 생겼고 단산관광 모노레일도 개통했다고 하는데 시간상 들르지지 못했다. 길 옆에 예전식의 울타리를 둘러 쳐 놓았고 삽짝도 달려 있는데 그안에 흙더미가 쌓여 있었다. 새재길을 관리하는 용도의 흙(마사토?) 같았다. 그냥 쌓아 두어도 되겠지만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게 관리하려는 발상이 신선하다. 관광사업에서는 문경시가 한발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것 먹고 가자고 그래야 재난 지원금을 준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합의를 봤다. 그런데 무엇을 먹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다 지나쳤다. 그리고 요즘 우리 내외는 맛있는 것을 모두 안주로 보기 시작한 것도 문제였다. 맛있는 것 포장해서 집에 가서 차를 세우고 한잔 하자는 말도 나왔다. 그러다 자주 가는 농암에서 저녁을 먹자고 결정을 했다. 저녁 7시 30분 조금 지나서 00성 앞에 차를 세우니 안주인이 나와서 영업 끝났다고 했다. "미리 전화라도 주시고 오시면 되었을 것"이라고 미안해 하셨다. 결국 막걸리 한병만 사들고 집에 오니 여덟시였다. 그런데 은자골 탁배기가 아니라 맛이 영 그랬다.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
 "애비야 배차 뽀바낫다. 가따 머그라"
"에이 엄마는! 사멍는 기 더 싸여, 그리고 무척 바뿌거등"

전화를 끊으면서 또 중얼거렸다.

'기력도 음는 노인네가 먼 농사를 진는다고'

그러자 옆에서 참견을 하고 나섰다.
"이차메 한분 다녀옵시다"
무척 반가운 말이었지만 드러내지 않고 말 없이 옆 눈치만 살핀다.

"어머님 차자 뱁고 더므로 배차도 생기고"

너무나 고맙고 황송해서 몸둘바를 몰랐다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를 각색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