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눈은 어둡고

임재수 2022. 11. 4. 19:11

눈은 어둡고

소소한 일상

2020-12-23 20:47:51


저녁을 먹고 있는데 사형이 전화를 했다. 이웃집에서 자랐는데 나보다 조금 후배이고  현재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웃(담너머)에 살고 계시는 엄마(나한테는 사돈어른)가 돌침대 온도 조절기를 작동 못하시나 좀 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가서 보니 조절기를 30도로 맞춰 놓으셨다. 사형의 부탁 대로 높이려고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 위로 표시된 세모 아래로 표시된 세모 그리고 현재 온도를 보여 주는 숫자 안전모드 등 다 잘 보이는데 영 작동이 안된다. 정말로 고장이 났는가 의심이 들어서 전화를 하려고 보니 전화기도 안 가져 왔다.
몇번이고 주물럭거리다가 다시 보니 밑에 손톱정도 밀어 넣을 수 있는 홈이 보였다. 투명한 판넬로 만든 덮개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누르니 작동할리가 없었다. 누군가 이렇게 비알밭 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ㅉㅉ 하는 거 보이 너도 울매 안 나믄거 가따"
"야 시려기 쪼매 딸리는 거 가이고"
"거기 바로 나멍는 표시다 알간"

일주일에 한번 있는 서예교실은 상주발명교육원에서 했다. 그날은 다른 사정이 있어서 조금 일찍 나갔다. PC에서 작업할 내용을 SD카드에 담아서 갔지만 카드슬롯을 영 찾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곳이 보이기는 하는데 옆에 쓴 글씨가 안 보였다. 사무실로 가서 젊은 선생님께 부탁을 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던 분이었다. 컴퓨터를 잡고 멀리 밀면서 눈을 내리 뜨는 모습이 어쩐지 나하고 비슷했다.

"저두요 오시비 너멋슴니다요"
뭐 말을 하시더니 사무실로 다시 가서 커다란 돋보기를 가져 오더시 확인해 주셨다.
"에구구 나만 나이 먹는줄 알았더니~"

요즘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도 빼 줄만한 사람을 찾으려면 동네를 다 뒤져야 한다. ㅠㅠ

사진제공 김윤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