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놀면 봄이 와도
여름에 놀면 봄이 와도
땅과더불어
2021-04-18 13:58:03
칠푼이 : 여름에 부지러이 안하만 봄이 와도 허탕이라
알분이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고만해라
칠푼이 : 승헌께서 하신 말쓰이라카던데 명심보고~
알분이 : 성현? 명심보감? 그리고 계절이 바낐다. 봄에 부지런히 해야 가을에 소득이 있다 이런 말이다.
칠푼이 : 나는 고사리 두룹 농사 하거등
알분이 : 그래서?
칠푼이 : 장년 여르매 비가 너무 마이 와가이고
알분이 : 일하기 싫은 차에 비 핑계 대고 실컷 놀았구만.
칠푼이 : 나만 농기 아이다!
알분이 : 그럼 누가 또!
칠푼이 : 그놈의 해가 구름 소게서 잠만 자더라구
고사리든 두릅이든 여름 내내 잎이 무성하게 자라서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해야만 합니다. 그 결과를 가을에 뿌리에 축적을 해 두고 겨울을 난다고 들었습니다. 그 영양분이 다음 해 봄 순으로 솟아 오릅니다. 가죽(참죽) 엄나무 순 등 햇순 나물이란 것이 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 결과 두릅나무는 절반 이상이 말라 죽었습니다. 다른 집에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오늘도 두릅 수확은 조금이라 옆사람 혼자서 하고 저는 고사목 자르는 일을 했습니다. 2~3년 전에 옆으로 농로를 포장하면서 배수구를 막아 버린 탓도 큽니다.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저의 허물이 크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쉿 그런데 저의 아버님 어머님께는 비밀입니다.
고사리도 그렇습니다. 작년 여름 멀리서 보니 무성하게 자란 듯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미 속에는 누렇게 뜬 것이 참 많았습니다. 지들께 받은 고사리 주문량 금년에는 채우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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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나이를 먹어도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논밭)갈지 않으면 가을이 와도 바랄 것이 없다.
幼而不學(유이불학)이면 老無所知(노무소지)요
春若不耕(춘약불경)이면 秋無所望(추무소망)이라
--명심보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