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소대장
무능한 소대장
땅과더불어
2021-07-29 22:49:47
486고지 소탕전에 투입된 것은 여덟시 조금전부터였다.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초-로 연합군의 버티기 작전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시간이 지나고 햇살이 오르면서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았다. 철수명령이 하달된 것은 바로 그때 아홉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전화기를 들고 하소연했다.
--이제 겨우 할만 하거든?
--그 무슨 말?
--햇살이 오르면서 고사리하고 풀에 맺힌 이슬이 마르기 시작하자나!
--그런기 뭐 중요한데?
--그럼 뭐가 중요해?
--이틀 사이에 익은 고추도 아주 많고,
--또?
--그저께 딴 거로는 건조기 못채우니까 지금 더 따서~
--아 알았어!
차를 몰고 집으로 가서 상자를 싣고 다시 566번지로 갔다. 그저께 딴 것과 합해서 양을 맞추어야 하니 완전히 익은 것만 따라는 지침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익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따고 보면 안 보이는 쪽이 덜 익었다. 당기다 보면 엉뚱한 것도 함께 떨어졌다. 게다가 하우스 안은 완전히 한증막이었다.
아침 일찍 이슬 마르기 전에는 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따야만 했다. 그 다음에 고사리밭에 가서 풀을 뽑야 했다. 그렇게 순서를 바꾸어 했으면 두 가지 일이 다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알지만 오늘은 사서 고생한 셈이다. 아무튼 고추를 따서 먼저 딴 것과 함께 씻어서 건조기에 넣고 나니 정오였다.
군복무시절 만난 소대장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양반은 소대장 말년이고 나는 갖 입대한 이등병이었다. 여러 가지로 골통 소리를 들었는데 지도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 양반 인솔하에 산속을 헤맨 경험이 나도 있다. 야간 훈련에서 목표지점을 향해 공격 개시를 했는데 오르고 보니 저항군이 없었다는 말을 고참들한테 들었다. 그 소대장 병사들 보는 앞에서 중대장한테 직사하게 깨졌다고 했다.
--고추 딴 거하고 소대장이 먼 상간?
--아 몰랑!
--무능한 대장 만내만 고생한다 이말이겠지!
--내 이브로 말 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