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패 후 네번째 도전
삼패 후 네번째 도전
소소한 일상
2018-07-09 00:37:03
요즘 족제비와 씨름 중입니다. 3전 3패하고 네번째 도전입니다. 패전의 댓가로 닭 세 마리 헌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마리의 처지가 무척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은지 오래(5~6년?)된 탓인지 닭장이 너무 낡았었습니다. 그래서 개집을 얻어와 이웃집 아저씨 손을 빌려 닭장으로 꾸민 것이 지난 3월 무렵이었습니다. 창살의 간격이 넓어서 야생 동물의 침투 위험이 있다고 하시어 미리 사둔 그물로 한바퀴 둘러쳤습니다. 둘을 좌우로 나란히 놓고 지붕도 만들었습니다. 왼쪽 끝은 세치 각재 두개를 포개어 20CM 정도 높였습니다. 좌우 중간 지점에는 한개를 놓고 오른쪽 끝은 그냥 두고 강판을 덮어서 빗물이나 눈이 흘러 내릴 수 있도록 경사를 주었습니다. 왼쪽은 당분간 빈집이라고 그냥 두었지만 오른쪽은 천정과 강판 사이를 합판으로 덮고 돌로 눌렀습니다. 대궐같은 집에서 닭들이 안락을 누릴 것이라 짐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하자 그날까지 알을 잘 낳던 닭들이 갑자기 파업을 했습니다. 이사할 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한 열흘쯤 지나자 다시 산란을 시작했습니다. 두어달 정도 아무 탈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오월 어느날 아침에 가보니 장닭 한마리가 목이 잘린 채 죽어 있었습니다. 족제비의 탓이라고 했습니다. 틈이 좁아서 몸통은 두고 대가리만 물어 간 듯했습니다.
어느 틈으로 들어 갔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왼쪽이 빈집이라고 천정을 덮지 않는 것이 분명한 실수 같았습니다. 두 집을 나란히 놓고 둘레에만 그물을 쳤으니 둘 사이는 창살이 넓었습니다. 천정을 통해서 왼쪽 빈집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침투하기는 아주 쉬운 듯했습니다. 그래서 왼쪽 천정마저 합판으로 덮고 밀리지 않을 만큼 큰 돌로 눌렀습니다. 오른 쪽 천정위에 덮었던 합판도 부실한 것으로 치부하고 새로 손을 봤습니다. 오른쪽 간에 달린 출입문도 다시 그물로 쌌습니다.
이제는 틀림 없겠지 자신을 했습니다. 옆에서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고 저는 그날 어깨에 힘좀 주었습니다. 한달 정도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열흘 전쯤 다시 침투했습니다. 재점검을 해 보니 이번에는 침투 경로가 아래 쪽이었습니다. 전면과 좌우는 그물을 아래로 조금 길게 늘이고 흙으로 덮었는데 아무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뒷면은 U관(농업용 수로)에 붙어 있었고 공간이 좁아서 제대로 마무리를 못했던 것입니다. 가다가 막히면 새로운 방법을 궁리하고 찾아 내는 게 아마 사람만의 능력은 아닌가 봅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하기까지 족제비에게 한달 정도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래서 뒷면의 밑부분의 그물을 잘 펴서 돌로 눌러 놓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엊그제 또 다시 한마리를 헌납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돌을 밀어서 치워 버리고 그물을 밀어 올리고 들어 갔습니다. 좀 큰 돌로 눌렀으면 불상사가 없으련만 공간이 부족해서 큰 돌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물이라고 얕잡아 보다가 큰코 다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네번째 도전인 셈이지요. U관과 개집(닭장) 창살 사이 좁은 공간으로 그물을 늘어 뜨리고 시멘트를 비벼 넣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주인 잘못만나 비명횡사한 우리집 닭들 극락왕생하기를 축원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_()_
---18년 7월 8일--
글을 완성하여 올리고 나니 자정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가 되었습니다.
12월 들어 또다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삵괭이의 소행이라는 이웃 사람들의 분석입니다. 닭장 그물을 들어 올리지 못하게 아랫면에 시멘트를 부었던 것이 지난 7월이었습니다. 그 효과인지 지금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콘크리트에 묻힌 바로 윗부분 그물을 끊어 버린 것을 이틀 전에 발견했습니다. 아직 닭들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침투 통로만 개척해 놓고 침투할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그물은 끊어 봤지만 등치가 큰 삵괭이가 막상 그 좁은 틈으로 들어 갈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12월 23일) 낡은 그물을 찾아서 철사로 동여매는 땜방 작업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