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물놀이
밭에서 물놀이
땅과더불어
2018-07-30 22:33:27
"오전엔 물놀이 했다"
"팔자 좋~구마"
"오후에 또 할끼다"
"약 올리지 말고 끄너"
"밭에서 그러니까~"
"뚜뚜뚜우~"
"우씨 사람 말 끝까지 들어 보지도 않고 ㅠㅠ"
어제 오후부터 고사리 밭에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사년 전에 심은 것들은 이미 뿌리가 깊이 내렸고 잎이 무성한 게 아무 탈이 없습니다. 하지만 금년 봄에 심은 것은 계속되는 가뭄에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기 예보상 열흘 동안 비소식이 없으니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프링쿨러를 설치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다행히 관에서 밭기반 정비 공사를 작년에 시작해서 금년에 준공을 했습니다. 그 덕에 농업용수관이 밭머리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냥 틀면 물이 잘 나오는데 수압이 약해 스프링쿨러를 작동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그리고 밭이 평탄하지 않아서 여러 개의 동시 작동이 될런지도 의문이었습니다. 마을 이장님과 상의하고 난뒤 비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대기로 했습니다.
이 비닐 호스란 것이 비어 있을 때는 가벼워서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데 물이 들어가면 무겁고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먼 곳 가까운 곳 옮겨 가면서 물을 주기 위해 처음에는 무작정 길게 했습니다. 그런데 물이 빵빵하게 든 것은 잘 구부러지지도 않고 옮기는 동안 작물을 눌러서 피해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저녁 골로 물을 흘려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밭은 동쪽이 산밑이고 조금 높습니다. 여기까지 농업용 수로관이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으로 길쭉하게 골을 타서 고사리를 심었는데 가운데가 조금 높습니다. 수로관에서 무성한 고사리 섶(4년 전에 심은 것)을 그냥 통과여 올해 심은 부분 부분 꼭대기 중앙(높은 부분)까지 호스를 연결했습니다. 여기에서 좌우로 골을 따라 물을 흘려 보냈습니다. 내려 가면서 땅속으로 스며 들기에 골의 끝부분까지 도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저기 고르게 땅을 적시도록 호미를 들고 다니면서 물길을 막기도 하고 트기도 했습니다. 한 골이 끝나면 이랑을 허물어 다음 골로 물을 흘려 보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은 잠시 풀을 뽑기도 했습니다.
연일 폭염이라고 야단들인데 물과 함께 일하다 보니 더운 줄도 몰랐습니다. 밭에서 하는 것일 망정 그것도 물놀이였나 봅니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에도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