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자석들은 내비 도도
다 큰 자석들은 그냥 두어도
땅과더불어
2018-08-11 12:30:56
앗 또 잘랐다. 들깨가 어릴 때는 이런 실수가 거의 없었는데 어느듯 키가 높이 자랐고 옆으로 가지도 뻗었다. 그리고 골이 넓은 곳은 예초기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좁은 곳에서는 이런 실수가 잦았다. 벌써 몇 포기 째인지 모르겠다. 곧 옆사람이 나올 시간이다. 이걸 보면 얼마나 지청구를 들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다.
잘린 놈들을 주워 모아 보니 무려 열 두 포기나 된다. 어쩔까 하다가 비닐 씌운 밑으로 숨기면 될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 봐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비닐을 들추고 밀어 넣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다시 흙으로 좌우를 눌렀다. '완벽하구먼' 내 스스로 감탄하면서 일어 서는데 "ㅉㅉㅉ"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 보니 엄마다.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들고 허리를 구부려 포기가 잘려 나간 빈자리를 살펴 보신다.
"조심해서 해야혀"
"말처럼 시운 일이 아니걸랑요"
"시상에 쉬운일 항게도 읍다. 그걸 몰랐디냐?"
"알아요, 그럼 엄마가 해 보시등가"
"니 농사를 내가 왜 하나, 잘란 것들은 우짼나?"
"저 미테"
숨겨둔 것들을 엄마가 꺼내시면서 말씀 하신다.
"참지름 두리고 조리면 잘 머그써민서 왜 이 아까운걸~"
"아 그건 비밀인데 집에 가이가만 안대여 엄마~~~~"
"어이구 한심한 것 ㅉㅉㅉ"
엄마의 혀차는 소리 대신에 김빠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그리고 이어서"이제 곧 맛있는 밥이 완성됩니다."라는 음성이 압력밥솥에서 나온다. 일어나니 아직 여섯시가 조금 안 되었다. 들에 갔다오면 어차피 목욕을 할 것이니 고양이 세수만 하고 밥을 먹었다. 어제 행사에서 가져온 떡 한덩이로 대충 때우고 나갈려고 했는데 밥을 차려 준다. 시간이 좀더 지체되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정성을 생각해서 고맙게 먹고 나간다.
한 시간쯤 지났지 싶다. 준비해간 얼음물을 마시며 잠시 쉬는데 동네 젊은 아저씨가 지나 간다. 술은 아니지만 한 잔 권했다. 나란히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다 큰 자석들은 그냥 두어도 저들끼리 잘 사는데~"
"맞아여 요즘 한심한 부모들이 참 마나여"
"다리 이야기가 아이고 형님 말이라요"
"어 그래여, 우리 딸이 말이라 나를 닮아 약해빠져서 외손자는 등치가 킁께 감당이~"
"그 말이 아이고 저 들깨 말이라요"
"그리고 이제 저들 지베 가써. 지아들 지가 키우라고 캐써"
"저 고레 드가서 풀 깎다가 애꾸즌 거 마이 잘라찌요"
"응 긍께 내가 으낙 솜씨가 둔해가이고"
"그건 누가 해도 으쩔 수 읍서요, 그냥 내 비리 두만 대요"
"--- "
"저렇게 키가 크만 풀들을 이긴당께요"
"그렁가"
"자석들로 치만 스무살 너멌다는 말씀"
"으~어~ㅇ, 그걸 왜 인제 가리치 주나"
"저어기 키가 작은데는 아직 풀을 쳐조야 하겠고 저기는 그냥 두만 대겐네요. 그럼 수고하이소 "
아저씨는 일어서더니 자기 밭으로 가고 나는 예초기를 매고 가르쳐 준 곳으로 들어가서 일을 마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