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들깨를 쪘습니다.

임재수 2022. 11. 4. 17:04

들깨를 쪘습니다.

땅과더불어

2018-10-09 14:31:59


오늘 논으로 나가 들깨를 낫으로 쪘습니다.

 

어제 오전 동기인 정모씨가 전화로 "들깨를 언제 수확하느냐?"고 물어왔을 때만해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올깨라고 타작까지 해서 벌써 말리고 있는 집도 있고 아직 들판에서 시퍼런 것도 있었습니다. 잎에서 누런 빛이 나고 일부 꼬타리가 마른 빛(약간 검정? 갈색?)이 나면 쪄야 한다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을 뿐이었습니다. 그 친구한테는 제대로 모른다는 말을 먼저하고 대충 설명줬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웃집 아주머니가 옆지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들깨를 쪄야 한다" "벌써 늦은 것 같다" "시기가 늦으면 낫질을 할 때 알맹이가 다 흘러 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낫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데 또 누군가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이슬이 마르기 전에 쪄야 알맹이가 흘러 내리는 게 적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또 이웃집 아저씨 한분이 집까지 찾아 오셔서 재촉하고 가셨습니다. ㅎㅎ 초보 농부을 이웃해 사는 분들 걱정이 참 많습니다.

 

드디어 오늘 아침을 먹고 낫을 갈아서 들로 갔습니다. 비가 온지 며칠 되지 않아서 장화도 신었습니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았지만 낫질을 할 때 우수수 알맹이 떨어지는 소리가 많이 났습니다. 낫질을 신중하게 하려고 애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체 되면 그로 인한 손실도 늘어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들깨알 떨어지는 소리만이 아니고 여러 가지 풀씨들도 함께 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난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속도를 냈습니다.

 

점심때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이기도 하고 이슬이 마르면 손실이 많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핑계입니다. 고논이라 물을 빼기 위해서 만들어 둔 갯도랑 둑이 엉망입니다. 아마도 돼지의 소행인 것 같습니다. 둑이 무너져 물길이 막혀 있으니 내일은 삽을 들고 나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