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더불어

아랫집의 내력(1)_아버님 지으신 집

임재수 2022. 11. 4. 17:12

아랫집의 내력(1)_아버님 지으신 집

집과더불어

2019-01-19 22:06:16


부모님께서는 큰집 바로 앞에 새 집을 지어 분가를 하셨는데 그것이 언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큰집 골방에서 태어났고 세 살 아래의 동생이 작은집 뒷방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으니 병신년에서 기해년 사이라고 하겠다. 어른들께서 살아 계실 때 여쭈어 보고 자세히 정리를 해 놓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다.

그때 지은 큰채는 흙장을 찍어서 벽체를 쌓아 올렸고 초가지붕에 동남향이었다. 정면에서 보아 중간에 큰방을 배치하고 좌측에는 앞뒤로 작은 방 둘을 두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부엌이 있었고 안방과 부엌 사이에는 다락이 있었다. 안방이 좌측의 작은방과 오른쪽의 부엌보다 조금 들어가서 안방앞은 조금 넓었고 좌측 전면도 좁지만 마루를 놓을 공간이 있었다. 대충 큰집과 비슷한 구조였지만 벽장이 없었고 안방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샛문이 없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하겠다. 그래도 토담집이라 외풍이 거의 없었다. 한겨울에도 바닥이 따뜻할 정도로 군불을 때면 실내가 더워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님께서 왼쪽의 작은방 둘을 털어서 하나로 만드셨다. 그리고 난 뒤 그 방에서는 양잠을 하셨다. 물론 큰방과 사랑방에서도 누에를 치기는 하셨다. 그리고 또 언제쯤인지 목수를 구해서 안방과 건넌방 앞에 마루를 놓으셨다. 전면에만 설치하고 좌측면은 처마가 깊지 않아서 툇마루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임시로 사용했던 들마루는 다시 큰집으로 돌아 갔다. 

 

 사랑채를 지은 것은 아마 경자~임인년 사이가 아닌가 추측을 한다. 목구조에 지붕은 덮었고 벽은 막지 않아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서 무더운 여름날 밤을 보낸 것이 기억의 한계 속에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면(남서 쪽)에서 보아 가운데에 마굿간이 있고 오른쪽에 사랑방, 왼쪽 앞에는 두지(뒤주) 왼쪽 뒷면에 통시가 있었다. 마굿간이 좌우보다 조금 들어가고 남은 좁은 공간에는 아궁이가 있있고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불을 지펴 쇠죽도 끓이고 사랑방 난방도 겸하는 구조였다. 그렇게 끓인 쇠죽은 바로 옆의 쇠죽통에 퍼 줄 수 있었다. 뒤쪽의 통시간은 벽이 따로 없고 문도 없었으며 사랑방 오른쪽을 돌아 담장과 건물 사이를 따라 돌아가면 나왔다.

 

70년대 중반 두 채 모두 지붕개량을 했는데 공사가 완벽하지 못했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병진년에 아버님께서는 세상을 뜨셨고 나는 오랫동안 집을 떠나서 살았기에 집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큰채 지붕에서는 빗물이 새기 시작했고 보와 석가래가 많이 상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집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는 너무 늦어서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랑채는 목구조에 벽체가 얇아서 그런지 외풍이 좀 심했다. 비가 새는 일도 없었지만 오랜 세월 방치해 두었던 탓인지 구조가 뒤틀렸다고 했다. 사랑방과 마구간 사이의 하인방이 기둥에서 빠져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을 지적하며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철거를 단행한 것은 경인년 대지를 구입한 직후였다. 이웃집의 신축공사와 진입로 확보를 위해서 사랑채가 물고 있었던 대지의 일부를 넘겨주기로 양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지의 일부를 빼고 구매를 했으니 어쩌면 넘겨주었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겠다 .

 

큰채도 결국 병자년 세모에 철거하고 조립식 판넬로 새로 지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큰집 큰채를 중수한 이야기 

아랫집의 내력(1)_아버님 지으신 집

아랫집의 내력(2)-어머님 집을 짓다

아랫집의 내력(3)-그리고 우리 집을

 

큰집=뒷집
작은집=앞집=아랫집

분가 : 병신(1956)~기해(1959)
사랑채 신축 : 경자(60)~임인(62)

대청마루 : 60년대 말 

지붕개량 : 70년대 중반

철거후 조립식 판넬로 큰채 신축 : 병자년 세모(양력 1996년 12월 1997년 1월) 

 

사랑채 철거 : 경인(2010년)

큰채 사진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사랑채만 몇 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