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목숨이니 미워도
산 목숨이니 미워도
자연과더불어
2019-02-19 11:29:25
문단속 누가 해써?
왜~또
아이구 내 닥 한마리~
도둑 자밨응께
어른들께서 잡지 말고 쪼차라 캔는걸
그카만 자꾸 오는걸?
뒷집 큰방에서 페북질하고 있는데 갑자기 닭들이 비명을 지르고 야단이 났습니다. 정월 대보름이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귀찮지만 무심할 수 없었습니다. 나가서 우산을 받쳐 들고 언덕 위의 닭장으로 가 봤습니다. 문은 열려 있고 부엉인지 올빼민지 닭 한마리를 깔고 앉아서 뜯어 먹으려는 참이었습니다. 일단은 문을 닫아서 가두어 놓고 사장님과 솜씨가 좋은 이웃 아저씨한테 연락을 취했습니다.
사장님이 먼저 달려 왔습니다. 문단속은 틀림 없이 했는데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놈이 문을 여는 재주도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가두어 두었으니 이웃집 아저씨 오시면 처리할 것이니 내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만류를 했습니다. 혼자서 지켜 보기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냥 두고 내려 가자고 하니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글쎄 저놈이 한 마리를 깔고 앉아서 털을 뽑는지 입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평도 안 되는 닭장 안에서 갇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오로지 먹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한심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혀를 끌끌 찼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불쌍한 것들과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 마리는 어쩔 수 없이 비명횡사 시켰지만 나머지 다섯마리는 지켜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닭장 문을 열고 막대기(고추지지대)로 몇대 타격을 가했습니다. 깔고 앉은 닭에서 비실비실 내려 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뜨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닭 위에 다시 올라 가는 것을 보고 또 막대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웃집 아저씨가 출동하셨습니다.
올빼미도 부엉이도 아니고 새매라고 했습니다. 문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닭장 문을 열고 들어가서 생포해서 나왔습니다. 살려서 염소 옆에다 두고 키워 본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미웠던 놈이지만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요놈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