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눈길을 쓸면서

임재수 2022. 12. 17. 23:16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구나
시비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 명월이 긔 벗인가 하노라
--상촌 신흠--

밤새 눈은 내렸는데 강추위도 함께 찾아 왔다. 워낙 추위를 타는 체질에다가 고인들도 저러했는데 나 같은 범부가 어쩔 것이여 하고 버텼다.

마나님은 두부한다고 새벽에 나갔다. 느긋한 시간에 아침을 먹고 나서는  미안한 마음에 두부 작업장을 찾아 봤다. 살피고 들어 오다가 보니 옆집에서는 벌써 길을 깨끗하게 치웠다. 그 순간 한방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구순을 넘긴 노인께서도 저리 하시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거듭 반성하면서 길을 치웠다. 해보니 그리 춥지도 않았다.


사립문을 열든지말든지 마당의 눈은 치우지 말든지 그것은 자유다. 숫눈을 밟으며 걷는 것이 운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 앞의 차 다니는 길은 치워 주는 것이 이웃의 도리임을 구순 노인께서 일깨워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