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미리 좀 알아 보고 가시기를

임재수 2023. 1. 7. 16:36

동기회를 한다고 초대를 받아서 문경새재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만나면 이름이라도 기억하고 불러 주어야 정이 나는 법이다. 이미 삼십년이 지났으니 기억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이것과 저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는 생각에  앨범을 찾아냈다.  언젠가 "선생님 저 누구게요" 하고 난처한 질문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옛날 공부 못한다고 구박 받은 것에 대한 애교넘치는 앙탈은 아닌가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었다.

 

묵은 앨범을 들여다 보면서 이름과 얼굴을 연결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데 130여 명이나 되는 숫자는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놈의 세월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그날의 개구장이들을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음에 틀림 없으렷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대표를 맡은 00에게 연락을 해서 참석자 명단을 빼 냈다. 최근에 모임을 하면서 찍은 사진도 함께 얻어 냈다. 그 결과 제자들이 출제한 시험에서 나는 백점을 받았다.


높은 자리에서 은퇴한 후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된 적도 있는 선배 한분이 있다. 그런데 그분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는 사실 나도 할 말이 없지만 그분은 유독 심했다. 유명한 사람 잘난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면(기억이라도 해주~) 참으로  영광스럽다. 그날의 제자들도 그랬을 것이고 보통사람 대부분이 다름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다음날 방문할 곳이 어딘지 그곳에서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미리 파악하고 이름도 익혀두라"고 나는 무엄하게도 선배님께 충고를 드린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제가 백점 맞은 그날의 이야기도 카톡으로 보내 드렸었다.

 

저 높은 자리에 계시는 분이야 만나는 사람을 다 기억할 수 없다. 나라일에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니 그럴 필요도 없다는 정도는 나도 안다. 그런데 현장 점검을 나가거나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기 전에 그 일에 대해서 사전에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지시만 떨어지면 필요한 자료를 즉각 대령할 터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업무보고시에 "교과서에 느낌을 적을 수 있어야 운운" 했다는 말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것을 교과서에 적을 수 있고 공책이 따로 없게 된 것은 내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이니 10년도 훨씬 지났다. 


우리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다. 제발 알지도 못하면서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다. 미리 알아 보고 문제점을 파악한 후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면 더 없이 좋으련만~

10여년 전의 국어 교과서--모든 것을 교과서에 적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