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처녀농군
임재수
2023. 1. 11. 10:32
그렇게 감정을 실어서 하는 노래는 처음 들었다. 아니 노래에 감정이 이입된다는 사실 자체도 그 이전에는 몰랐던 것이다. 5학년인지 6학년인지 동갑내기 여학생이 앞으로 불려나가서 불렀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슬픔도 모르던 산골 소년의 무딘 감정을 들릴듯말듯 가냘프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묘하게 휘저어 놓았다.
그 노래는 최정자가 부른 [처녀농군]으로 지금 검색해 보니 1968년도에 발표된 신곡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재혼하시는 엄마를 따라서 전학온 그 친구의 한과 설움이 그 노래에 가득 담겨 있었던 것이리라.
홀어머니 내 모시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 이 몸이 처녀라고 이 몸이 처녀라고 / 남자 일을 못하나요
소 몰고 논밭으로 이랴 어서 가자 / 해 뜨는 저 벌판에 이랴 어서 가자 / 밭갈이 가자
홀로 계신 우리 엄마 내 모시고 사는 세상/ 이 몸이 여자라고 이 몸이 여자라고/ 남자 일을 못하나요
꼴망태 등에 메고 이랴 어서 가자 / 해 뜨는 저 벌판에 이랴 어서 가자/ 밭갈이 가자
꼴망태 등에 메고 이랴 어서 가자 / 해 뜨는 저 벌판에 이랴 어서 가자/ 밭갈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