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사절
마을기업에서 두부를 만들고 판매를 한다. 상주생각(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과 은척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도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소매도 하며 주문받은 것을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마나님께서 생산판매내역을 흑판에 적어 두었다가 퇴근 무렵에 사진으로 찍어서 가져오면 그것을 나는 컴퓨터를 켜고 정리를 한다.
그런데 잘 안 맞는 경우가 있다. 두부 한 판해서 15모로 자르니 15의 배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흑판에 적은 것을 알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물어보고 확인을 해야 한다. 그때 안방에서는 벌써 드럼통 굴러가는 소리 날 때가 많다. 고된 작업 끝에 단잠에 빠진 사람을 깨워야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인다. 조금이라도 기억이 남아 있을 때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날벼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금도 많이 받아 온다. 흑판에 기록된 것에서 모자라도 안 되지만 남아도 큰일이다. "한두푼 모자라면 내 돈으로 메꾸면 되지만 남으면 더 큰 일이다. 그 이유를 밝혀내기 전에는 퇴근도 못한다"는 은행직원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참말로 그렇다는 것을 요즘 실감한다. 그놈의 돈이 몇 시간만에 새끼칠 리는 만무하고 남았는다는 것은 받아 놓고 안 적었다는 것이 틀림 없다. 제발 현금 주지 말고 통장으로 입금해 주면 좋으련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날도 잠시 마실 나간 길에서 숙모님을 만났다. 내일 두부하는 날이라고 하니 서울 사는 딸00한테 한판 보내 달라고 하셨다. 돈하고 주소는 집에 있으니 내일 작업장으로 가지고 나오신다고 하셨다. 저녁에 다음날 보낼 택배 주소록을 작성하다가 동생 00에게 전화를 했다. 주소를 문자로 보내 달라고 했다. 사정을 설명하다가 그 금액도 통장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몇 분도 안 되어 입금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내가 참 머리가 좋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자리에 누웠다.
다음날 연세가 많으신 분 헛걸음 안하시도록 신경을 쓰면서 좀 일찍 나섰다. 그런데 벌써 숙모님은 벌써 집에 안계셨다. 작업장에서 순두부 한컵을 받아들고 잡수고 계셨다.
--주소도 받아 놓고, 돈도 00이가~
--머시라?
--통장 번호 불러중깨 금방 입금해 주던대요!
--왜 시키잖은 짓을?
--누이 조코 매부 조은 거 아이라요?
--조키는 머가 좋아? 손자가 조아하는거 내돈으로 부치 줄라캉께!
--그만 그 돈 받고 00한테 돌리주까요?
--대따 그만 그것도 이상하지!
--요즘 기어기 읍서가이고 현금 받고 돌아서만 헷갈리서~
--머시라 니가 시방 구십노인 아페서?
--날두고 하는 소리 아녀? 저번에 표고갑때매?
--아녀, 분명히 나보고 하는 소리여!
--작은어매! 아지매! 오해들 마시라요 지발 거기 아잉께!
어디선가 전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받아보니 두부 다 되었으니 배달 나가라는 전화였다. 허둥 지둥 일어나 혼자서 밥을 차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