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고래잡지마

임재수 2023. 2. 18. 15:18

같은 남자로서도 참 듣기 거북한 말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그곳에서는 그 말이 너무나 쉽게 나왔다. 나의 청춘을 징발당했던 00연대 3중대에서의 일이었다. 대대본부와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 야간 매복 근무를 나가던 독립중대였다.

 

그때는  "신병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니 1달(1주?) 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견학만 시키라"는 지시가 높은 양반에게서 떨어졌던 모양이다. 일과가 끝나면(시작 전에도) 아무 것도 못하고 통로 옆 침상에 부동자세로 걸터 앉아 있어야만 했다. 정말로 이런 고역은 세상 천지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ㅁ까지마] [ㅁ까고 자빠졌네]라는 말을 고참들은 입에 달고 살았다. [고참이 시키면 ㅁ으로 밤송이라도 까는 거야] 뭐 이런 말도 들었다.

 

"신고합니다. 이병 임00(동 김00)는 ~~~이에 신고합니다" 중대장님께 전입신고를 한 것은 며칠 지난 뒤였다. 아마도 그동안 부재중이서 그랬던 것으로 짐작한다. 같은 내무반에서 거처를 하던 의무대 하사 한명도 같이 신고를 했다. 악수를 하면서 그를 보고 한마디 하셨다.
--정하사는 포경수술 그런거 안하지?
--절대로 그런 일 읍습니다!

 

그 알수 없는 수수께끼가 풀리는데는 얼마 안 걸렸다. 그 중대장님 부임하시고 며칠 지난 뒤 중대원 전체를 모아놓고 포경수술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하셨단다.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 인근 부대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말을 직접하면서 소대장이나 선임하사도 주의 깊게 보살피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단다.

 

내가 자대 가기 한두달 전쯤에 사건이 터졌다고 했다. 대규모의 작전인지 부대 측정(연대 RCT)인지 끝난 후라고 했다. 그동안 애쓴 병사들에게는 달콤한 휴식기간이자 재충전의 기회이다. 물론 빨래도 하고 장비들을 정검하기도 하지만 느긋한 시간임에는 틀림 없다. 공휴까지 낀 그 시간을 이용해서 말년 병장과 하사(장기복무를 지원한) 하나가 포경수술을 받았다.  돌팔이(의무병을 그렇게 불렀음)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이겠지만 솜씨는 좋았다는 후문도 있었다.

 

무사하게 수술이 끝난 후 내무반 한쪽에 매트를 깔고 두 사람은 누워 있었다. 그때 중대장님이 순찰을 납시었다. 누워 있던 두 사람도 화들짝 놀라서 일어섰다. 엉거주춤 응덩이를 슬쩍 뒤로 뺀 부자연스런 자세와 깔려 있는 매트와 모포를 보고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소대장 시절에 겪었던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머야 니들!

--이것들이 ㅁ까고 자빠졌네
비상이 걸리고 전 중대원이 모였다. 퇴근해서 쉬고 있던 소대장 선임하사들도 모두 불려 나왔다.

--ㅁ까지 마라고 했자나
--소대장 선임하사 니들 머하는 새0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