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강공만이 능사는

임재수 2023. 7. 11. 21:22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 싶다. 고향집에 다녀 오다가 사고가 났다. 우산재를 넘어서 내려가는데 앞에서 경보음이 들렸다. 느릿느릿 앞서가는 차량(1톤 화물차로 기억함) (적재함)에 선 사람이 손짓을 했다. 오른쪽으로 조금 비켜서 따라오라는 뜻으로 이해를 했다. 그래서 중앙선과 거리를 조금 유지하면서 앞 차를 천천히 따라갔다.

 

맞은편 차선에서 오는 차를 발견하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나며 뭔가에 부딪쳤다. 내려서 보니 맞은 편에서 오는 차에는 앞으로 길다랗게 튀어 나온 사다리 비슷한 것(차선 도색하는 장비-나중에 알았음)이 있었다. 그것이 부러졌고 내 차 운전석 왼쪽 측면도 움푹 들어갔다. 앞서가던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아니 손으로 신호 보냈자나요. 못 봤어요?

--죄송합니다.

--이게 얼마 짜리인지 알기나 합니까?

상대방의 험악한 기세에 큰일을 저질렀다고, 겁에 잔뜩 질린 나는 전화로 000화재 상주지점 서모씨에게 연락을 했다. 곧 오겠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길 옆으로 비켜서서 담배를 빼 물었다. 한참 후에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합의 봅시다.

--저거 비싸다고 하던데유!

--잘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무슨 말씀인지?

--우리가 잘 못 했으니까 20만원 드릴께유!

--좀전에 그 양반 화가 단디~

--철모르고 한 말이니 괘념치 마시고~

 

그날 나는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동안에 지옥과 천상을 오고 가는 경험을 했다. 그 젊은 양반이 그렇게 강하게 나오지 않았더라면, <자기 차 각자 수리합시다>정도로 말했다면 아마도 나는 넘어갔을 것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상대방을 강하게 코너로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개인 사이의 일도 그렇고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