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일본견문록

임재수 2023. 8. 10. 20:42

0시 30분에 자명종이 울리도록 맞추어 놓고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웠다.  조금 빠르다는 생각에  15분 늦추었다. 열한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각에 잠이 깨어 안약을 넣고 다시 잤다. 울리는 소리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시계를 보니 아직 0시 43분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시각을 고치기만 하고 저장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잠시 페부기와 놀다가 1시 조금 지나서 출발했다.

상주대 정문앞을 지나 청리 공성쪽으로 4차선을 달리는데 뭔가 뛰어 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어쩔 수 없이 그냥 들이받고 말았다. 어둠 속이라 차를 세우면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한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다. 불쌍한 고라니(맞나?) 이승에서는 너와 내가 악연으로 만났지만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생각하며 간절하게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다.

공성면사무소에서 다른 일행과 만나 김0덕씨 차에 동승했다. 김천쪽으로 향하다가 어모를 거쳐 동김천에서 경부 고속도로에 진입 대구시청 별관으로 갔다. 예전에 경상북도청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았지만 청리의 김0용씨는 이미 도착했고 이어 곧 포항팀도 도착했다. 03시 50분 정확한 시간에 버스는 도착하여 우리가 타자 출발했다.

 

중간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주의사항과 인사를 듣고 난 뒤 KT 로밍센터를 찾아갔다. 6일 동안에 사용할 2기가 데이터팩을 구입했는데 태블릿에서 데이터 로밍이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탑승할 10번 게이트 정 반대 쪽 이층에 사무실이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가 와서 상담을 하니 한국에서는 선택이 안 되니 해외에 나가서 해야 한단다.

 

회장님은 단체로 사용할 포켓와이파이 기기를 구입하셔서 공항에서 찾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전화도 연결이 안되어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10번 출구로 돌아 오다가 환전센터를 발견하고 10만원을 주니 9천엔과 우리돈 천원짜리 몇장 그리고 동전 몇개를 준다. 천엔이 최소 단위란다. 동전은 현지에서 교환하라고 했다. 예전에는 환전할 때 여권을 제시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준다.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서 길게 줄을 늘어섰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직 많이 남았다.  제일 좌측을 보니 자동 출국 심사대 쪽으로도 한 줄이 더 있다. 작년 홍콩 대만 여행을 갈 때 출국을 하면서 등록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한번 등록해놓으면 출국 수속이 간편해 진다고 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줄을 보니 현재 내 앞에 있는 것보다는 길지만 자동이니 좀더 빠를 것 같았다.  그 줄로 바꿔 탔다. 그런데 시간이 더 빠른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게 빨랐는데 언제 부터인가 매력이 없어졌다고 일행 중 누군가 말했다. 


탑승전에 면세점 순례를 조금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런데 내 손가락에 지문이 잘 안 나오는 모양이다. 출국 때도 그렇고 일본 입국 심사 때도 그렇고 렌즈 위에 손가락을 올려 놓아도 다시 하라고 해서 몇번이나 시도를 했다. 내가 지문이 닳아서 없어질 만큼 열심히 일한 적이 없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소위 말하는 저가 항공을 이용했다. 싸구려(?)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타고 나서 저가의 의미를 알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유료였고 기내식도 없었다. 물론 탑승 시간이 짧으니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음악 감상용 헤드셋도 없고 영화 감상용 모니터도 안 보였다. 앞에 비치된 안내서를 보니 커피 등의 음료도 유료였다. 비행기 입구에 비치된 신문도 없었다.

 

처음에는 쓴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고 조금후 생각이 바뀌었다. 소위 서비스라는 이름하에 제공하는 것들이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전에만 문제가 없다면(그렇게 믿지만) 그런  거품(서비스 요금) 다 빼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뜰하게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여유 있게 서비스를 누리며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그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코라는 식당에서 첫날 점심을 먹었다. 미로처럼 안쪽으로 들어 가는데 모퉁이마다 기모노 차림의 여성종업원들이  "이라샤이마세"라고 외치면서 허리를 깊이 숙였다 .  종이로 만든 받침 위에 종이학을 한 마리리씩 올려 놓고 그 위에 식수용 컵으로 덮어 놓았다.  맛도 좋고 친절하기는 최상이었다. 하지만 그 친절 이면에는 모든 것이 유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서비스 드링크라고 적어 두었지만 200엔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우리 나라 호텔이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컴퓨터도 하루 임대료가 천엔(만원)이었다.

 

거의 모든 식당이 반찬을 개인별로 따로 담아 두었다. 우리식으로 큰 그릇에 담아서 함께 먹는 곳은 없었다. 한 자리에 마주 앉아서 먹지만 니꺼내꺼 구분해서 먹으니 좀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우리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큰 그릇에 여러 사람 몫을 담아 두고 공용 수저를 이용하여 개인별로 들어서 먹는 방식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2017.9.4)

 

나라현(시)에 있는 유명한 토우다이지(동대사)도 관람했다.  말 그대로 사슴의 천국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고 사진을 찍었지만 경계심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경내에 첫발을 내 딛는 순간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뒤깐) 냄새만큼은 아니었지만 장시간 견디기는 어려울 정도의 지린 내였다. 경내에 있는 수많은 사슴들이 아무곳에나 소변을 뿌렸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사람과 자연(사슴)이 공존해야 마땅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같은 사람이면서도 이웃간에 화목하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주차장에는 주차선을 이중으로 그어 놓았다. 내차와 옆차가 주차선을 물어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는 셈이다. 준법 정신하나만은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실내 공간 중앙에 서 있는 기둥을 감싸는 식으로 식탁을 고정한 어느 식당도 인상적이었다.  중간에 내려서  개별적으로 구경하고 지하철(전철?)을 이용해서 숙소로 돌아 온 적도 있다. 오늘 사진을 확인해 보니 우메다 역을 이용했는데 더 이상은 기억이 없다. 공성면 광골마을에서 온 젊은 사무장이 권해서 용기를 냈다. 간판이나 이정표 정도는 읽을 수 있다는 내 일본어 실력을 믿고 동행했다는 후문이다.

17년 9월에 쓰다가 중단한 것을 일부 수정하고 조금 보태서 이제야 공개한다. 그 때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중단했는데 6년이 지난 이시점에는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 시험문제 출제나 업무를 끌어 안고 끙끙거리고 고민하다가 허송세월하고 마지막에 졸속으로 처리한 적이 많다. 세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딱 맞다. ㅉㅉ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23.8.10)

자연(사슴)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
모든 반찬이 개인별로, 물컵 밑에는 종이학이
주차선이 이중으로
서비스 드링크가 200엔
하루 임대료 천엔(만원)-국내서는 공짜인데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둘만의 탐방
기둥을 품은 식탁

일본의 집락영농(마을영농) 견문기(6년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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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오오사카 도톰보리) 방문기(6년전에 페이스북에 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