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내가 일등!

임재수 2023. 10. 10. 22:00

그때는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했었다. 은행에서 찾아온 돈을 행정실 모든 직원이 나서서 개인별 봉투에 맞추어 넣었다. 교무실에 근무하는 김양누나**까지 지원을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 전체 금액에 이상없는 것이 확인 되면 교무실로 연락이 왔다. "월급타러 오시라"고

 

그런데 첫 월급 타는 그날 나는 뜸을 많이 들였다. 웬지 모르게 낯간지럽고 쑥스럽고 기분이 묘했다. 수업 한 시간 더하고 또 한시간 더 미루다가 독촉을 듣고서야 행정실로 갔더니,  "빨리 찾아가야 우리도 끝내고 마무리 하지요!"뭐 이런 짜증 섞인 핀잔이 돌아왔다. 

 

그리고 한 이십년 지나고 난 뒤  옛날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첫월급날 그 쑥스러워 했던 사람이 나 말고도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김양누나**가 직접 교무실로 월급봉투를 갖다 주었다고 했다. 

 

공동사업을 하던 총무님이 올해의 결산을 단톡방에 올리면서 개인 계좌 번호를 알려 달라는 지시도 내렸다. 마침 컴퓨터에서 접속하던 중이라 신속하게 응답을 했더니 영광스럽게도 1등이었다. 그런데 속이 보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동참을 못하겠다고 발을 빼고 엉거주춤했던 사람이 "돈 준다니 1등"이라니. 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사십여년 전의 그일이 생각났다.

준다는 돈을 두고 괜히 내숭이나  떨고 미적대면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 공연히 수고롭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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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누나 : 기능직으로 근무하는 총각을 선생님들이 "김군"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보다 어린 아가씨(행정실, 교무실)들은 그분을 "김군아저씨"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음. 여기에서 착안해서 교무실에서 심부름하시는 젊은 직원을 남자고등학생입장에 만든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