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닭도 사람을 알아 본다
임재수
2022. 11. 4. 17:48
닭도 사람을 알아 본다
소소한 일상
2019-08-23 13:19:55
"이누무 다기 사람 차별하네!"
옆 사람이 불평을 했다. 모이를 주려고 닭장문을 열면 네 마리의 닭 중에 장닭 한 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덤벼 든다고 했다. 잠금 고리를 열 때 그물 틈새로 손을 쪼는 일도 많다고 했다. 몽둥이(고추지지대-알루미늄)를 들어도 겁을 안낸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갈퀴를 들었더니 슬슬 물러나더라고 했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 올랐다. 개의 눈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눈오는 날 <개가 신이 나서 뛰어 다닌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사람의 오해라고 했다. 몸에는 뭐가 닿는데 눈에는 안 보이니 이상해서(불안해서) 몸부림 치는 것이라고 했다. <겁을 주려고 몽둥이로 든 고추말뚝이 우리집 장닭의 눈에는 작아서 안 보였을 것이다. 갈퀴는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겁이 났을 것이다.>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는 것이 닭이나 강아지에게는 안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다.
그런데 이놈의 닭이 내가 접근하면 슬슬 물러났다. 그래서 "사람차별"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차별도 엊그제까지였다. 왜냐하면 오늘은 나도 당했기 때문이다. 닭장 문을 열고 앉아서 모이통(물그릇)을 손으로 잡는데 갑자기 얼굴로 날아 올랐다. 방심한 순간에 안경과 몸통이 충돌했다.
어제와는 달리 "나도 이제 마이 컸다"는 도전일까? 아니면 내가 자세를 낮추어서 더 작게 보인 탓일까? 눈가에는 작은 훈장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