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재량권2

임재수 2024. 1. 2. 10:42

아침 출근길에 모모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웠다. 그런데 카드가 마그네틱 손상인지 결제가 안 되었다. 가방을 다 뒤져도 현금이 없다. 자주 이용하던 곳이고 그양반 나를 기억하고 있을 법한데 모르쇠였다. 주인과도 아는 사이라고 말을 했지만 안 통했다. 마침 아는 사람이 나타나서 대신 결제를 했을 때는 10여분 지체되었다. 그 이후 나는 그곳 발길을 끊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중요한 단골 고객 한 사람 떨구었다고 누군가 탄식을 했다. 내가 뭐 큰손도 아니라고 했더니 그 양반은 다른 손님에게도 그랬을 것이고 떨군 고객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했으니 어떤 사람인지 주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주인이 재량권을 전혀 안주었다는 해석이었다. 

--떼인 돈 한번이라도 물어 줘봐! 융통성이 나오나?

--결국 주인 탓이라는 말이네!

 

마을까지 배달하고 수거하던 택배사 직원이 휴가를 갔다. 몇일간 대신 근무하는 분은 수거는 못하고 배달만 하신단다. 절임배추 발송이 많은 우리는 대리점(집하장?)까지 가지고 갔고 지점장님과 직접 거래를 하였다. 그런데 거래를 완료하고 2주가 지나도록 대금 청구를 안 하신다. 평소에는 내가 늦장을 부리고 독촉을 받는 입장이었다. 윗사람 눈치를 봐야 하는 아랫 사람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은 참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렁께 말단이 아닌 양반은 느긋하게 융통성을~

--에이 여보슈, 휴가간 직원 몫까지 다 항께 너무 바빠서 그렇지 융통성은 무슨~

 

개인 사업이든 나라 일이든 적절한 재량권의 부여와 행사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