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는 사 왔지만!
마지막으로 상주생각에 두부를 내려 놓고 나니 저녁 먹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회를 포장하여 집으로 가서 한잔 마시기로 타협을 봤다. 배가 약간 고프기는 했지만 그정도는 참을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세천 가곡을 지나면서 미리 전화를 해 놓았다. 회를 찾아 집에 도착했을 때는 다섯시 쯤 되었다.
상을 차리려고 하는 것을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내가 말했다. 작업 내역을 정리한 후에 마음 놓고 한잔 하자고 하니 역시 수긍을 했다. 평소에는 늦장을 많이 부렸던 내가 그날 따라 제대로 하고 싶었다. 작업장에서 있었던 상황을 며칠이 지난 후에 여쭙다가 "왜 이제서야 묻느냐"고 꾸중을 들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일 작업한 분량과 거래처별 출하량 작업장에서 현금 수령한 내역 그리고 배달하면서 받은 현금 등을 정리하고 나니 여섯시가 조금 지났다. 일어서는 순간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사 그동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들어가서 보니 세상 모르고 잠을 잔다. 살짝 불러 봐도 전혀 모르니 깊은 잠이 든 모양이다. 불을 끈 후에 안방문을 닫고 나왔다.
여섯시 반부터 시작한 두부 작업에 지친 사람을 저녁까지 끌고 다녔으니 너무 심했다. 저녁만 먹고 들어 왔으면 좋았을 터인데 내 배가 부르다고 옆사람 배고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 집에 오자 만사 제쳐 놓고 마셔야 하는데 평소에 안하던 짓을 왜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다른 작업에 몰두하다가 보니 배가 살짝 고팠다. 7시 조금 지난 시간 다시 안방문을 열고 불을 켜고 봐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9시쯤에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오셨다. 내 말에는 별 반응을 안 보이고 화장실에만 갔다 나오더니 다시 누워서 잔다. 사온 회를 찾아 보니 벌써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 남은 밥 긁어 담고 두부 몇조각 데워서 대충 저녁을 먹었다.
피곤한 사람 쉬시게 하고 앞으로는 내 혼자 배달을 다녀야 하겠다. 어제 사온 회는 오늘 저녁에 안주 삼아 한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