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방하착

임재수 2024. 1. 21. 17:29
오늘 한꺼번에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졸업후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난 동기생이 저의 처지를 두고 “방하착”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길 가던 소경이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간신히 나무 가지를 잡았습니다. 힘은 빠지고 놓으면 죽는 상황이라 살려 달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지나가던 스님이 듣고 달려가 보니 소경의 발은 땅에서 얼마 안 되어 나무 가지를 놓아도 괜찮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놓으라고 아무리 일러줘도 소경은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답니다. 결국 힘이 빠진 소경은 나뭇가지를 놓고 땅에 떨어져 응덩방아만 찧고 일어났답니다.
우리는 나와 내 자식을 위해 한푼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은 돈과 권력이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명색이 국어교사였으면서 그리고 또 불제자를 자처하면서 “방하착”의 의미를 몰라서 찾았던 이야기를 하니까 또 다른 페친께서 도종환님의 시 “단풍 드는 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또 찾아 봤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 제 몸의 전부였던 것 /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빙하착(放下着) /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우리도 물이 드는 날“
그러니까 도종환님은 고리타분하고 관념적인 방하착의 의미를 가을에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단풍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나에게 오늘은 두 가지 지식을 배운 날이었습니다. 아니 그 두 가지 지식보다도 “배움의 길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學文은如逆水行舟하여 不進則退니라]”의 의미를 몸소 체득한 날이었습니다. (2013.11.18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