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할아버지 노릇

임재수 2024. 1. 23. 09:33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이 내 속을 긁어 놓았다. 삼대가 공원에서 다정스럽게 찍은 사진이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복 많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샘통이 났다. 그래서 나는 상주시 은척면 황령리 산33번지에 있는 아버님댁으로 달려갔다..

“아부지요 그만 좀 일어 나세요 맨날 방안에서 뭐하시는겁니까?”
“다른 집 할배들은 손자들하고 공원에 놀러도 가시는데”
“아부지는 도대체 한 기 뭐 있습니까?”
“아부지 노릇만 잘 했다고 다가 아닌거라요”
“경비는 지가 다 내실 테니 그냥 놀러나 다니시라구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하고 귀싸대기라도 한 방 맞았으면 속이 후련하건만 아무리 퍼부어도 미동도 없으시다. 아버님 술잔을 내가 대신 마시고 어머님 술잔 마저 안주 삼아 들이켜 마셨다. 그리고 울면서 내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날 밤에 어머니께서 우리집에 오셨다.
“애비야 우리는 그저 너만 믿는다” (2014.2.24 페이스북)

내일 조카딸 두 명(막내 동생의 딸) 데리고 놀러 갑니다. 예천군에 있는 옥천서원(우리 예천임씨 시조할아버지를 모신 곳), 곤충박물관, 천문대 등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아버님댁을 찾아 가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노릇 대신하느라 들었던 경비 내 놓으라고 어거지 좀 써 보렵니다. 두 배 정도로 뻥튀기 좀 해도 괜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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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서(사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