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더불어

고사리밭에 물주기(2018.8.8)

임재수 2022. 11. 4. 17:22

오늘도 고사리 밭에 물을 주었다.

 

물주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틀 전의 일이었다. 관리자가 물탱크 벨브를 잠그고 기다렸다가 물이 가득 차면 연다고 했다. 그래야 낮은 곳이나 높은 곳이나 공평하게 물을 댈 수 있다고 했다. 그날은 물론 관리자가 <물을 보낼 것이니 나가서 대라>는 연락을 받고 나갔었다. 그런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밑에서부터 차 오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했다. 한 시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집에 와서 쉬다가 다시 두 시간 후에 가보아도 나오지 않았다. 

 

관리자에게 하소연을 하니 <낮은 곳에서 동시에 물을 대니 높은 곳까지 물이 닿지 않는 것> <낮은 곳에서 어느 정도 물을 대고 난 뒤 잠가 줘야 할 것>이라는 말에 그만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분들 보고 양보를 요구할 수는 없다> <개인 전용 물탱크를 따로 준비해 두었다가 내년부터는 가뭄이 들기 전에 미리 물을 받아 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올해는 포기하려고 했다. 고사리가 조금 부실한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완전히 말라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아침은 조금 늦게 일어 났다. 어제 아침에 들깨논에서 예초기를 돌렸고 오후에는 청주까지 가서 외손자를 보고 왔다. 그래서 피곤하니 오늘 하루 쉴 생각을 하면서 아침도 대충 때웠다. 여덟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커피 한잔 타서 느긋하게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관리자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우리밭에도 물이 나오니 가보라고 했다. 그날은 벨브를 제대로 열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연장을 사용해서 열었더니 물이 잘 나온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달려갔다. 이놈의 고사리 주인 잘 못 만나 말라 죽을 뻔했구나.조금씩이라도 물을 고르게 흘려 보내기 위해 호미를 들고 계속 움직였다. 그런데 열시가 지나자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 밥도 먹고 시원한 물도 챙겨 와야 하겠다. 배고프다고 미리 전화를 해 두고 삼십분 후에 집으로 갔다. 1시간 정도 후에 돌아 올 것을 예상하고 여러 곳으로 물길을 만들어 조금씩 분산해서 흐르게 해 두었다. 자리를 비우는 동안 한 곳으로 너무 세게 흐르면 밖으로 샐 수도 있고 흙이 너무 많이 떠 내려 갈 염려도 있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나니 12시 전이다. 다시 밭으로 갔다. '이 무더위에?' 하고 걱정하시겠지만 물이 끊기기 전에 최대한 '물놀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 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두 시 조금 넘은 시간 우리 밭에 물을 다 댈 때까지 물도 끊기지는 않았다. 

 

밭에 물을 공급하는 <밭기반 정비 사업>은 작년에 착공했고 올해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도 그 사용법이나 수압 탱크의 용량등을 잘 모른다. 오늘 사용을 해보니 물의 양은 충분한 것 같고 아래 위 동시에 틀어도 위까지 도달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20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