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짓달보름날
웃음과더불어
2021-12-12 22:19:09
세월은 흘러 이도령을 기다리던 춘향이는 머리가 하얗게 세고 허리가 꼬부라진 할매가 다 되었다. 그래도 일편단심 이도령이 온다고 약조한 그날만을 기다렸다. 오늘도 모녀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거의 매일 수십년째 주고받는 대화였다.
--아이구 이거사, 찬물 마시고 속 채리!
--틀림 읍시 온다고 해꺼등!
--오기는 개코를 와여? 올라만 진자게 왓것지!
--아냐, 아직 그날은 안 지나가써!
--그날이 운잰데?
마침 훈장이 지나다가 우연히 모녀간의 대화를 듣고는 참견을 하고 나섰다. 춘향이보고 이도령이 남긴 다짐장을 보자고 했다. 춘향이는 벽장문을 열고 반닫이에서 문서 한장을 찾아 와서 훈장에게 내 밀었다. 받아서 읽은 훈장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도령은 영영 안 온다. 뭐 그래도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닌 셈이니 니만 억울하게 되었구나.
그 다짐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윤동짓달 보름달이 뜨면 광한루에서 올라서 기다리거라. 그날이 우리가 상봉하는 날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