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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지 말고 까먹어!

알밤을 조금 주워서 삶은 후에 낮에는 햇볕으로 저녁에는 건조기에 넣고 돌려서 말렸다. 적당하게 말리면 알맹이와 껍데기가 분리가 되어 까기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수축의 강도가 다르니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옛날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본 것 같기도 하지만 깅가밍가 수준이다.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잘 까인다. 속껍질 안 까고 그냥 먹어도 먹을 만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은 말장난이 생각난다.--할매, 왜 전화했어?--밤 살마서 갖다 났응께 까먹어!--응 고마버!--명심해 자꾸자꾸 까먹지만 말고!--알았어!--밤에 공부하다 출출하만 밤 까먹고~--야!

웃음과더불어 2026.10.30

실내정숙

그날의 임무는 운전병 역할이었다. 두부배달이 끝나자 선탑자께서는 점심 모임에 참석하셨다. 나는 혼자서 점심을 먹고 상주도서관 디지털자료실로 들어갔다. 구글크롬에만 접속하면 모든 사이트에 자동연결이 되지만 비밀번호 기억이 안났다. 적어둔 장부가 있지만 챙기는 것을 까먹었다. 천신만고 끝에 맛폰을 통해서 비번을 새로 설정하였다.그때 전화가 와서 옆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마을 젊은 친구였다. "손님이 된장을 찾는다. 직판장 냉장고에 있는 것 그냥 드리면 되느냐? 가격은 얼마냐?"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드니 젊은 직원이 지켜 보고 있었다. 격리된 공간이라고 들어왔는데 출입문도 없는 공간이었다.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자리에 앉으면서 생각이 났다. 가방을 뒤져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았다. 연결을 하고 음악..

이웃과더불어 2026.10.29

성주봉으로 오십시오

첩첩산중 두메산골 우리 가리점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대처인줄 알았던 소재지 봉중마저도 그렇고 그런 곳인 줄은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면서 비로소 알게되었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날 말이다. 은자가 묻혀 있다는 전설의 고장 은자골은 성주봉을 중심으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학교당, 황령사 등의 문화재와 은자골권역활성화 센터, 성주봉 사우나(목욕탕) 등의 휴양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그렇고 그런 은자골에서 대처인 봉중 사람 첩첩산중 황령 사람 아니 은척면 주민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축제를 엽니다. 다가 오는 주말(10월 31일 토요일) 성주봉으로 오십시오.

이웃과더불어 2026.10.27

진금승부

대구 사시는 학이사 신모 대표님께서 나에게 도전장을 보내셨다. 구삐나 섯다 중 어느 것이나 다 좋으니 언제 한번 만나서 진금승부를 펼치자고 하셨다. 나로서야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아니 가슴이 떨리고 실실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대한민국만세 소리가 터져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골샌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화투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큰집 사랑방에 머슴들이 기거를 했고 기나긴 겨울밤에는 그 또래의 동네 총각들이 다 모여서 놀았다. 볏짚 한단 가지고 와서 새끼 한다발씩 꼬고 나서 하는 것이 화투 놀이였다. 내기 끝에 나오는 사탕도 많이 얻어 먹었지만 민화투 육백 뻥 두장삐 구삐 짓고땡 등을 어깨 너머로 다 배웠다. 친구들과 실습을 하다가 학교 가서 벌을 받은 적도 가끔 있었다.산골 출신..

웃음과더불어 2026.10.26

복이 많은 사람

1983년 중동중학교에 부임하고 2학년 여학생반 담임을 맡았다. 옆반 남학생은 60명인데 71명이나 되니 교실이 꽉차서 숨 돌릴 틈도 없었다. 아 그런데 야들이 처녀라고 총각인 담임교사와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눈치가 둔한 나는 그냥 밀어 붙였다. 봄소풍때나 수학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도 옆반 남학생들이나 3학년 여학생들과 찍은 것이 훨씬 많았다. 조금 이상하다고 고개를 기울이기는했지만 내외를 한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해 학생들 머리에 이가 번져서 전국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교육청을 통해서 공문이 하달되었다. 머리에 이가 있는 학생 숫자를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직원 회의가 끝나고 교실로 들어 가서 조사를 시도했다. 아 그런데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다.그들이 보인 반응은 광기에 가..

추억과더불어 2026.10.24

좌파척결

한 삼십여년 전 연속극에서 본 것 같다. 일제 말기 학도병으로 끌려간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들 말로 "반도 출신"을 무지하게 차별하고 학대하는 악랄한 하사(군조?)가 있었다. 학대를 견디다 못한 주인공은 일본인 소대장에게 일러바쳤다. 그러자 그 소대장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는 군조를 잡아다가 아주 혹독하게 벌을 주었다. 그런데 그 질책의 말이 참으로 멋있었다. 아니 반대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이제는 그들도 조센징이 아니고 똑 같은 천황 폐하의 신민이다." "차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황국신민이 될 수 없다"그 소대장 같은 속 넓은 일본인이 많았더라면, 그리고 일본의 패망이 좀 더 늦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내가 끌어 안으려고 안간힘을 써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반..

세상과더불어 2026.10.24

소병이는

소병이는 형님댁에 양자로 바친 경기씨 맏아들이다. 형님께서 후사도 없이 작고하신 것은 소병이가 국민학교 입학을 하던 해였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경기씨 내외가 키우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키우게 되었다 . 그래도 양어머니께는 "어머니"라고 불러 드리고 친부모는 "작은아버지" "작은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단단히 교육을 시켰다.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학비가 만만찮았다. 사실은 중학교 때부터 읍내로 나가 방을 얻어서 학교를 다녔으니 그때부터 부담이 많았다. 내년에는 둘째(어쩌면 첫째)도 대학생이 되고 그 밑의 딸은 고등학교도 못 보낸 처지다. 혼자지만 형편이 조금 나은 형수님께서는 입학할 때 내는 납입금만 보태주고 그만이었다. 내외간에 분란이 생겼다.경기 : 이왕 고생한 것 허리끈 졸라매고 2년만~경기처 ..

세상과더불어 2026.10.22

선진국

코 큰 양반들은 우리랑 차원이 다른 줄 알았다.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대결과 갈등이 없기야 하랴만 . 그래도 저기 어디서는 말하자면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순리적으로 조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 그런데 설치는 트럼프와 미합중국이 돌아가는 모양새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계속되는 사태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진국은 개뿔!

세상과더불어 2026.10.21

상주의 시월은

선배 : 이분 달이 시월이지?칠성 : 예!선배 : 왜 받침짜 빼먹고 시월이라카는지 아나?칠성 : 육하고 십은 받침자가 무성음이라 발음하기가 조금~선배 : 어이,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교실에서 애들 앞에서나 하시고!칠성 : 그럼 질문하신 의도가?선배 : 요즘 감들 따느라고 야단들이지?칠성 : 조금 이르기는 합니다만 ~선배 : 감을 한자로 머라카나?칠성 : 시(柿)자가 있습니다. 선배 : 바로 그거야! 시월은 감시짜를 써서 시월이 된거야!칠성 : 죄송하지만 출전을 알고 싶습니다.선배 : 자네 상주 사람 아인가? 그리고 허구도 몰라?칠성 : 옛, 잘 알겠습니다.

웃음과더불어 2026.10.18

미리미리

출근부에 도장 찍던 시절이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도장부터 찍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느슨한 사람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씩 지적을 받았었고 일주일치 한꺼번에 찍을 때도 있었다. 그날도 지적을 받고 밀린 도장을 찍어서 갖다 드렸다. 교감선생님이 정색을 하시고 불렀다. 하루도 아니고 사흘이나 미리 찍었던 것이다. "딱 이때 감사반이 들이닥치면 지금까지 출근하신 것 전체가 엉터리로 간주됩니다." 방학하자마자 한달치 일기를 미리 써두고 놀겠다던 만화속 개구장이도 생각이 난다.작년에는 감을 따고 깎아 단 시기가 너무 빨랐다.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 동안 비소식이 없었기에 느림보가 모처럼 잘해보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던 일이었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소소한일상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