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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갔다.

집안에 있는 나무들 가지를 잘라 주었다. 앞집에 있는 감나무 배롱나무 뒷집에 있는 대추나무 생강나무 그리고 앞마당 너머로 보이는 길가의 벚나무도 적당하게 잘라 주었다. 대추나무 가지는 갖다 버렸고 다른 것들은 그냥 두었다. 나중에 정리해서 군불도 때고 고사리 삶을 화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그것도 일이라고 하다보니 조금 덥다. 첫날이라 조금만 하고 말았다. 뒷집 언덕 위 그리고 뒷들 논에 있는 감나무는 다음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사리밭 두릎밭에 거름도 내야 하고 묵은 섶(고사리)도 쳐야 한다. 추워서 못한다는 핑계 거리가 사라지고 말았으니 "봄날은 갔다" (2025.2.16)

소소한일상 2025.02.19

눈길

앞 유리 눈을 치우고 시동을 거는데 문을 두드린다. 창을 내리고 보니 엄마가 걱정 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눈이 이키 마이 왔는데 어대 갈라고?--선거관리위원이라 회의가 있어서--그건 더 위험항거 아이가?--먼말이라요?-- 슨거갈리원 그거하만 개엄이가 잡아간다고 하든대? --그기 아이고 오늘 오후 두시에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아무튼 이런날은 나댕기지 말고 가마이~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눈이 제법 많이 쌓였다. 부지런한 이장은 벌써 트랙터를 몰고 우리 집 앞을 막 지나고 있었다. 복장을 갖추고 가래를 들고 우리집 진입로 눈을 치웠다. 어제와 달리 춥지도 않았고 땀을 좀 흘리고 나서야 끝났다.회의 시간이 오후 2시라 점심 먹고 출발했다. 주변 들판에는 제법 많..

소소한일상 2025.02.12

니네 마실앤 이른거 읍지?

대구 사는 두 양반이 내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채모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이고 윤모는 뭐라고 밝히기 어려운 사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음악에는 상당한 재능이(사실 나로서는 판단이 안 되는 것이지만)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와는 상관 없이 두분이 아는 사이라고 한다. 관심 분야가 같으니 당연하겠지만 처음에는 상당히 놀랐다.그건 그렇고 두 사람 모두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하는 실황을 동영상으로 올린다. 통키타가 아니고 클래식 기타라고 하지만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나로서는 구분할 능력이 없다. 독주 그리고 합주 때로는 병창(잘 모르지만 가야금 병창에 빗대어 하는 말)을  하는데 너무 멋있고 부럽다.  나보고 "니는 이런 거 못하지!" "에이 그분은 이게 잘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딱 이러는..

웃음과더불어 2025.02.06

파면의 조건

칠푼 : 서로 책임 떠닝기는 치사항 것들!팔푼 : 머가?칠푼 : 졸개들은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고 하고  두목이란 자는 시킨 즉 읍다카네!팔푼 : 그만 매는 누가 맞아야 하능거야?칠푼 : 조사하만 다 나오것지만 부지하새을이여!팔푼 : 그동안 나라만 즐딴 나것네!  이바 즐무니 무슨 수가 읍서까?온푼 : 우선 파면부터 하는 겁니다.칠푼 : 누구 잰지 증그도 음는데?온푼 : 책임자로서 실격인 것은 명백합니다.팔푼 : 으잉?온푼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팔푼 : 해보게!조선시대 고명한 학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조정의 요직을 꿰차고 있었지요. 평소에 스승을 존경하던 제자 중의 하나가  적극 천거해서 그만그만한 고을의 원님으로 부임하였습니다. 몇 개월 뒤 어사가 그 지역 여러 고을로 감찰을..

세상과더불어 2025.02.02

사약

혈혈단신 칼을 들고 왕궁으로 쳐들어 갔다. 근위병들을 제압하고 수양대군 앞에 섰다. 목에 칼을 겨누고 협박성 요구를 했다.--나도 사약 한번 마시고 싶소--너 같은 상것에게 사약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언젠가 본 영화 "사약"의 한 장면이다. 수양대군인지 등극을 한 세조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도 기억에 없다.조선시대 권력투쟁에서 밀리면 마지막에 기다리는 것이 사약이다.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최악은 아니다. 명예로운 최후이고 자손들의 앞길에도 장애가 없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양반들끼리 주고 받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팔푼 : 굥씨가 자진 출두하겠다네반푼 : 이제와서?칠푼 : 영장 집행까지 거부해 놓고 무슨~구푼 : 약사발 걷어 차놓고 사약 다시 달라는 격이네!칠푼 : ????

세상과더불어 2025.01.15

나 안 할래!

아! 아! 동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노인회 정기 총회가 있으니 회원 여러분께서는 11시까지 회관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회원이 아니신 분들은 11시 30분에 나오시기 바랍니다. 점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점심 먹으러 가야해?--당근이지!--금방 아침 먹었는걸~--어른이 주시면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받아 먹어야 한대여!11시 조금 지났지 싶은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전화가 왔다. 아차 미리 가서 점심 준비도 도와 드리고 그래야 하는데 실수한 거 아니냐고 옆사람한테 핀잔을 주고 부랴부랴 회관으로 달려 갔다.--얼렁와, 지각이네!--아직 십분 남았는데유!--블써 다 끈났어!--재송함미다. 미리와서 밥하는거 도와드려야 하는데~--해이 다 끈났다고~--회의는 참슥 안 해도 대는 거 ~ 으~..

이웃과더불어 2025.01.12

황금폰

칠푼 : 근데 궁금항기 잇거등?팔푼 : 머가?칠푼 : 잘나가는 증치인들은 황검으로 맹근 폰을 써여?팔푼 : 누가 그카디?칠푼 : 읽어 보깨 들어바 "최근 명씨 측 변호인은 오 시장과 나눈 통화가 황금폰에 다 녹음돼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습니다"팔푼 : 그기 비밀 유지가 잘 대는걸꺼야 아마도!칠푼 : 그거 살라카만 오심마넌 닝기 조야 대것지?팔푼 : 택도 읍다. 우리 시야 65마넌 짜리도 황금 아이더라--2024.12.24(페이스북)--

웃음과더불어 2024.12.25

봉사활동

스물한살 때인 1976년 여름방학 때였다. [흥사단 대구아카데미]의 구성원으로 봉사활동을 간 곳은 동구 범물동이었다. 명색은 대구시지인데 전기도 없었다. 그러니까 내고향 가리점과 비슷한 두메 산골이었다. 20번(?) 버스를 타고 지산동 종점에서 내려 한 시간 정도 걸어 가야하는 마을이었다. 범물분교(아마 본교가 지산국민학교)에서 교실 두간을 모두 차지하여 숙식을 해결했다. 분교장이었던 선생님(성함?)께서 주민들과 우리를 이어주고 이끌어 주셨다. 땅을 파서 물탱크도 만들고 수도관을 묻어서 상수도를 설치했다. 물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을 했다. 마지막에 꼭지를 돌리자 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 순간의 감격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선배단우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땅을 파고 지게질을 하면서 노동의 소중함을 알..

추억과더불어 2024.12.25

석탄주

--슥탄주 한잔 마셨다!--가결 댄기 운젠데 인제서?--술마시는 것도 기한이 인남?--석(머시기) 탄(핵 축하) 주 아니었어?--니하고는 말 모하것다. 우째 그~로만 연결하냐?--그기 아니었어?--향기가 너무 좋아서 석(아까운) 탄(삼키는 것도) 술이여! 포항시 신광면 상읍리에서 박선녀 이장님과 마실 사람들이 심으로 모아 담근 술이여!--너무해여 조은기 있으면 농가 먹어야지.--앗 미안, 연락처 갈챠 주까?

웃음과더불어 202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