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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와 갑오(년)

짓고땡, 두장삐, 구삐 등 도박성 화투놀이에 아홉끗을 두고 '가보'라고 했다. 화투 만지면(누군가 고자질 하면) 학교가서 벌을 서야만 했던 열살 전후부터 사용한 말이다.2부터 8까지는 두끗~여덟이라고 해서 우리말 수사하고 비슷하다. 그런데 0은 망통 1은 따라지 9는 가보라고 불렀는데 숫자(고유어)와 연결이 쉽게 안 된다. 너무 약해서 실망스러운 것 그리고 최고로 좋은 것만 따로 이름을 붙인 것일까.그런데 추석 전날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회관에서 한판 붙었다. 향우회를 시작하기전 먼저 온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한정하고 벌이는 연례행사(1년에 딱 두번)였다.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1954년이 갑오년이었다. 마지막 숫자 5와 4를 합하면 9가 된다. 가보는 갑오(년)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추억과더불어 2024.09.18

달리기

언젠가 학생들의 성적표를 교실에 게시한 초등학교선생님이 뉴우스에 보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참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것입니다.그런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도저히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성적표를 붙이는 것은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이고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온 동네 이웃 사람이 다 모인 운동회날 어린 아동들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키는 일은 잔인한 짓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쯤하면 여러분은 눈치 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한 마디로 힘도 없고 몸놀림도 둔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에서 1,2등을 다투었습니다. 그러니 가을 운동회만 다가오면 밥맛이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

추억과더불어 2024.09.12

젊은 사람 이름도

요즘 택배 발송이 꽤 많다. 송장을 출력해서 지정한 곳(요즘은 회관뒤 들마루에 놓인 종이 상자)에 넣어 두면 발송인이 찾아서 붙인다. 발송인보다 늦으면 내가 골라서 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택배송장에서는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안 보인다. 개인 신상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서 그리 한단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두 글자만으로 구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맛있는 먹거리(제철 농산물)가 나오면 흔히들 자녀나 형제(자매)들에게 같은 날 보낸다.  그리고 형제(자매)간에는 돌림자를 쓰기에 마지막 글자만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칠푼이나 칠성이나 모두 임칠*으로 나오니 주소(전화번호도 뒷자리 4자는 안 보임)를 보고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출력된 송장 뒷면에 큼직하게 발송인과 수취인 이름을 적어 두었다. 어떤 ..

소소한일상 2024.09.12

선녀님께서

제가 아무래도 인생을 잘못 산 것은 아닌가 회의감이 들락말락 하는데 어제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께서 명절이라고 보내신 선물을 받고 보니 오랫동안 끼어 있던 먹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향이 너무 좋아 목에 넘기기가 아깝다는 술입니다. 이름하여 석탄주 그리고 선녀한과까지 차례상에 올리고는 부모님께 자랑 한번 해도 되겠습니다.머시라? 하눌나라 슨녀님 아이고 퐝 상읍마실 박선녀 이장님이 보내셨다고? 댓다 고마  그기 머 그키~

이웃과더불어 2024.09.11

짝궁은 얻다두고

--구을이 왔구나! 운제 왔냐?--블써 한 치리 지났다!--혼자만 와? 짝궁은 얻다 두고?--더버서 실태여!--그러타고 그냥와?--그만 우째여?--끌고 오덩가 애걸복걸 달래보등가~--내가 무슨 수로, 뱅노도 못하는 걸?--으잉? 가가 벌써?--달녁바, 어재가 바로~--보약이라도 지~이 주까?--멀할라고?--너하고 뱅노하고 먹고 기운 내서 힘으로라도 가을이를~--씰대적은 짓 고마 하고 지구 항경이나 잘~===============================구월이 오고 어제 백로가 지나갔지만10일 낮 최고기온이 34도라는 예보에 넋두리 한번 해 봅니다.

자연과더불어 2024.09.08

불립문자

"불립문자"라는 말도 있고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승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소통이다. 세상이 다 알아주는 시인께서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말을 할 밖에 없을 것이다.어제 도착한 박상률 작가님의 시집을 열어 보니 저같이 둔한 사람도 알아 듣기 쉬운 말씀들이 가득했다. 맨 앞 '시인의 말'에 다음과 같이 나와서 한마디 보탭니다. 보내주신 시집 고맙게 받았습니다. 틈틈이 읽어 보겠습니다."~절집의 선가에선 아예 언어와 문자를 내치는/ 불립문자를 주창했으리라//나는 말을 내치지 못하고/ 또 시집을 엮는다"첫번째 시 "그케 되았지라"는 페이스북에서 엄마한테 내가 한 말 "엄마 그기도 전화 되여?"를 떠올리게 한다.그케되았지라//박상률//아버지의 옛 친구..

이웃과더불어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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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 감찰할부지 후손들 벌초작업0902두부작업 및 두부배달차량수리접수(삼일정비)택배발송--법인 1건, 개인 8건(2명)0903566번지 제초작업(콩 주변)점심 먹고 나들이--은척-농암-화북-다락골-농암택배 발송--사이소1건, 개인3건(1명)사이소주문 들깨 생산농가별 배분0904택배발송--사이소주문-들깨6건--개인 발송 11건(3명)농업용 배수관 손보기0905택배발송--법인1건, 개인9건법인 사무--8월분 인건비, 두부장 간식 농암-삼일정비-문화설비-한양서적-삼일정비-은척-집0906택배발송--사이소2건, 두부2건, 개인7건0907은척(우정식당)-점촌(매부댁)-대구(누님댁)-그랜드호텔-집

복상 사~

지금은 그런 사람 없겠지만 참으로 야만의 시대였다. 그리고 측실이었던 그 여인의 팔자는 기구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고 난 뒤 겨우 얻은 서방이 본처가 시퍼렇게 두눈 뜨고 살이 있는 사람이었다. 가뭄에 콩나듯이 그것도 대낮에만 다녀갔다.아기다리! 고기다리! 덩거대가 찾아온 그날도 오늘같이 무더운 한여름 대낮이었다. 눈물반 정성반 섞어서 점심겸 주안상을 차렸다. 기다리던 그 동안의 사연과 이웃들로부터 받은 냉정한 시선 등을 한숨 섞어 쏟아 냈다.서방님은 담배 한대 빼물고 측실은 주안상을 치웠다. 이부자리를 펴는 도중 골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왔다. "복상 사~!"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피우던 담배를 짜증스럽게 눌러 끄면서 서방님..

웃음과더불어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