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60

송금수수료

사이소에서 수령한 농산물 판매대금 7월분을 오늘 생산 농가별로 나누어 입금했다. 상세 내역을 작성해서 어제 아침에 카톡으로 공개했던 것이다. 하루가 지나도 이의 신청이 들어 오지 않았으니 착오가 없다는 말이렸다.대상 농가는 10이이지만 모두 15건이다. 같은 농가라도 품목별로 따로 지급하는 까닭이다. 2회로 나누어 입금하면서 나름대로 신중하게 확인을 거듭했다. 그런데 총액이 맞지 않았다.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혀를 차면서 하나하나 대조를 했다. 57,600원을 지급해야 할 00봉씨 통장으로 58,100원이 들어갔다. 흔히 실수를 해도 2자 이상 입력 착오는 흔한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 것을 착오로 입력하는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아니었다.연식이 오래 되어서 총무를 교체할 때가 되었나보다 하고 탄식..

소소한일상 2024.08.20

온난화 탓

포악한 염장군과 그 휘하의 장졸들은 좀처럼 물러갈  눈치가 없었다. 입추 무렵이면 추장군이 진격해 올 것이라는 첩보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은 희망고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566고지에서는 비명 섞인 파발이 쉼없이 도착했다. 신속히 출동하여 초군을 소탕하고 좀비들을 박멸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육박전과 공중전 그리고 화생방전을 염두에 두고 작전계획을 세우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섣불리 나섰다가 염장군의 기세를 꺾지 못하면 그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번이라도 패전하면 회복불능의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며칠 후의 결전에서 일격을 가하고 최후의 승리를 쟁취해야만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체력도 비축하고 장병들의 사기도 진작시켜야 한다. 그럴 듯한 핑계거리가 생각나자 연..

자연과더불어 2024.08.18

라디오와 텔레비전

유싱개(유성기)를 들어 본 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서였는지 어떤 노래였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발 들이밀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방안, 네모난 상자 위에서는 뭔가 빙빙 돌아가는데 그 상자 옆에 달린 뭔가를 손으로 돌리면 가느다란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즘도 듣는 왜정 시대의 노래와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한 시기라고 짐작이 됩니다. 큰집에 라디오가 생겼습니다. 구형 도시락만한 크기의 트랜지스타인데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손가락 굵기의 건전지가 들어갔는데 건전지 소모량이 너무 많아서였는지 나중에는 선을 뽑아 내 크고 넓적한 밧테리를 연결하고 고무줄로 칭칭 동여 매었습니다. 조그만한 상자 속에 사람이 들어 있을까? 그 사람들은 잠은 잘까? 밥은..

추억과더불어 2024.08.16

공정한 심판

동네 방구대회가 열렸고 민수와 구민이가 맞붙었다. 어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다섯 번의 시합에서 세 번만 이기면 최종 승자가 된다고 했다. 경기마다 3명이 심판을 보고 그 중에는 양쪽에서  추천한 사람이 한 명씩 포함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마다 단독 심판(1차전-동근, 2차전-홍월, 3차전-진수)이었다. 민수쪽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용선이는 "관례는 관례일 뿐 경기의 진행은 협회장인 자신의 고유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두 차례의 경기에서 구민이가 모두 승리했지만 불공정시비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모이는 곳마다 쑥덕거렸다. 경기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민수는 악을 쓰고 다녔다. 심판 둘을 고소한다는 말도 했고 국제 방구 연맹..

세상과더불어 2024.08.09

르모II

새학교에 부임을 하니 일부 선생님들이 르모II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니터와 컴퓨터 그리고 프린터까지 하나로 결합되어 사용하기 간편한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글쓰기 이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워드프로세서 전용기였다. 1992년 3월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직 육필로 문서를 작성하던 시대였다. 이찬진씨가 개발한 ᄒᆞᆫ글(1.?버전)을 전부터 사용하던 나는 물론 르모II 는 사용해 본적도 없다.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점이 하나 있었다. 르모II로 인쇄한 후 다시 복사하고 오려서 출제원안지에다 풀칠을 해서 붙였다. 붙인 부분과 원안지의 경계 지점에 교감선생님이 도장도 찍었다. [휘발성 잉크라서 시간이 지나면 백지가 된다. 전년도에 감사를 받으려고 출제원안을 내 놓았는데 아무 것도 안 보여서 소..

세상과더불어 2024.08.07

최고로 더운 날

남동생이 휴가를 우리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누님까지 모시고 올 예정이었다.  낮 최고 35도가 예상되는 날, "여름의 한고분데기"에 해당하는 날, 그러니까 엊그제 8월3일~4일이었다. 누님께서 가져가라고 하시던 에어컨을 필요 없다고 사양한 것이 불과 몇달 전의 일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외손자나 이렇게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서 에어컨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포기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며칠 전부터 집안 여기저기 풀도 뽑고 나무도 베어 냈다. 그리고 바로 전날에는 이방저방 청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녁먹고 가 보니 뒷집 실내 온도가 무려 34도였다. 철판 지붕이 후끈 달아서 저녁이 더 덥다는 사실을 잠시 깜빡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을 기약하고 작전상 후퇴를 하는 밖에 없었다.아침에는 더..

소소한일상 2024.08.05

악몽과 같은 사격

그 시절 사격은 나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악마와 같은 존재였다. 물론 달리기를 비롯해서 모든 운동에 둔하기에 가을운동회가 다가 오면 며칠전부터 잠이 오지 않았던 사람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격장 근처에는 시궁창 비슷한 곳이 있었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사격이 있는 날은 아예 속옷(메리야스)를 입지 않고 출정했다. 황토물이 스며들면 그 속옷은 세탁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허사였기 때문이었다.불합격자들을 웅덩이 앞에 일렬로 세워 놓고 놓고 조교(고참)은 명령을 하달했다. . 오줌을 내깔리고 그 웅덩이 속으로 우리는 포복 전진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치욕적인 일은 M60기관총 사수가 되어 소총을 반납하면서 겨우 끝이 났다.파리 올림픽이 시작되고 사격에서 메달 획..

추억과더불어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