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더불어

악몽과 같은 사격

임재수 2024. 8. 3. 11:02
그 시절 사격은 나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악마와 같은 존재였다. 물론 달리기를 비롯해서 모든 운동에 둔하기에 가을운동회가 다가 오면 며칠전부터 잠이 오지 않았던 사람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격장 근처에는 시궁창 비슷한 곳이 있었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사격이 있는 날은 아예 속옷(메리야스)를 입지 않고 출정했다. 황토물이 스며들면 그 속옷은 세탁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허사였기 때문이었다.
불합격자들을 웅덩이 앞에 일렬로 세워 놓고 놓고 조교(고참)은 명령을 하달했다. <허리끈 풀러--거총--발사--높은포복 준비--포복 앞으로>. 오줌을 내깔리고 그 웅덩이 속으로 우리는 포복 전진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치욕적인 일은 M60기관총 사수가 되어 소총을 반납하면서 겨우 끝이 났다.
파리 올림픽이 시작되고 사격에서 메달 획득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물론 축하할 일이다. 그와 함께 그 시절의 악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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