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어린 시절 관에서 오디를 수매한 적이 있었다. 다래끼(바구니)에 따 담아서 가지고 갔지만 가격이 얼마인지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장님댁 마당에 멍석 깔아 놓고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매가 끝나면 인분과 썪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역시 본적은 없다. 그 맛있는 오디를 그 더러운 것과 썪는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마을 뽕나무는 거의 대부분이 보리밭 속에 있었다. 그리고 보리와 오디는 익는 시기도 같았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에 들어가 오디를 따 먹다가 보리 까끄래기가 목에 걸려 캑캑거린 기억이 난다. 그 무시무시한 고통(병원에 갈 정도가 아니니 엄살?)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딱 십년전에 여러 가지 묘목과 함께 왕오디 5그루도 사다 심은 적이 있었다. 고서방인지 노서방인지 어린 순을 잘라 먹어 고사하고 말았다. 한두 그루 살았는지 모르지만 2~3년 전에 모조리 베어 냈다. 고사리에 그늘을 지우니 두 가지 이상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물론 오디 맛은 하나도 못봤다.
그런데 뒷집 언덕에 있는 뽕나무 한 그루에 달린 오디가 저렇게 잘 익었다. 다른 집 밭에서 캐내는 것을 얻어다 심은 것이었다. 작년에 무성했던 마른 풀들을 금년 봄에 깨끗이 정리해 준 덕분인가. 아니면 새로 심고 오디가 달리기까지 십여년 정도 걸리기에 첫수확이 금년인가. 아무튼 딸기 따러 갔던 옆 사람의 발견에 완전히 횡재한 기분이다.
딸기와 오디를 함께 놓고 먹으니 옛날 일들이 주마등같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 송아지 먹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에이 여보슈 요즘 아들이 알 굴고 때깔 좋은 것 찾지~
--그래도 약도 안 쳤으니 순전히 무공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