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37

축문

월요일인 내일이 아버님 제사라서 토요일인 어제 저녁에 다들 모였다. 오늘 저녁 조금 일찍 모시고 해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산소로 찾아가서 뵙고 끝내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결정하고 통보를 했다.아침에 일어나니 일곱시 조금 전이다. 컴퓨터를 켜고 축문을 작성했다. 인쇄를 하고 나서도 여유가 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육필로 옮겨 적었다. 중간에 한번 틀려서 다시 썼다.--머하냐?--보만 모림미까?--ㅉㅉ 미리 좀 안 하고!--아직 일곱시밖에~--하다말고 어대가노--일출 사진 찍으러 감미다.--끝도 안 맺고?--또 틀릴지도 모링깨 숨 좀 돌리고요--ㅉㅉ열시 조금 지나서 모두들 모였다. 차량 세대에 나누어 타고 늦은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부터는 다른 차는 갈 수 없다. 사륜구동인 내 차에 모두..

가족과더불어 2024.10.06

사우자랑

--머냐?--죽을 사람을 살리 냇다고 신문에 낫슴미다.--그 사람이 누긴데?--영감도 참! 손자사우도 몰라요?--운제 인사 시키 준 즉 잇서?--애비야 증말로 인사도 안 시킷냐?--행리 치루고 첫분째 설날~ 이렇게 사진도 잇넝걸요!--어디 보자 음 내가 깜빡했구만!--조심하소, 손자까지 본 아들 막대머근 아 맹글지 말고!--이해 하그라. 너도 내 나 대 보만 안다!--지가 아부지보다 열아홉이 살이나  더 먹~=========================================행리는 마당에 챙알(차일-천막)치고 올리던 구식결혼을 말합니다. 어릴 때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썼지만 "행의(行儀)" "행례(行禮)"가 와전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중부매일기사 보기

가족과더불어 2024.05.03

안부전화

"00도 참 매정하다 어째 전화 한통 없냐"고 어머님께서 내방으로 들어 오셔서 하소연 하셨다. 컴퓨터 켜 놓고 시험문제 출제하던 나는 천리안에 접속해서 어머님 말씀을 들은 대로 중계했다. 즉각 거실의 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어머니께서 지체 없이 그러나 느릿느릿 나가서 받으셨다. 00였다. 통화가 한참 이어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엿듣다가 일이 바쁜 나는 내 방으로 들어 왔다. 벌써 십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머니께 안부전화 안 드린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애비 너도 참 매정하다 어째 6년 동안 전화 한통 없냐" 푸념하시는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오늘 저녁에는 꼭 전화 해야지' 그런데 엄마 거~도 전와 대여? (2016.9.30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가족과더불어 2024.04.13

할아버지 노릇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이 내 속을 긁어 놓았다. 삼대가 공원에서 다정스럽게 찍은 사진이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복 많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샘통이 났다. 그래서 나는 상주시 은척면 황령리 산33번지에 있는 아버님댁으로 달려갔다.. “아부지요 그만 좀 일어 나세요 맨날 방안에서 뭐하시는겁니까?” “다른 집 할배들은 손자들하고 공원에 놀러도 가시는데” “아부지는 도대체 한 기 뭐 있습니까?” “아부지 노릇만 잘 했다고 다가 아닌거라요” “경비는 지가 다 내실 테니 그냥 놀러나 다니시라구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하고 귀싸대기라도 한 방 맞았으면 속이 후련하건만 아무리 퍼부어도 미동도 없으시다. 아버님 술잔을 내가 대신 마시고 어머님 술잔 마저 안주 삼아 들이켜 마셨다. 그리고 울면서 ..

가족과더불어 2024.01.23

형 노릇

그날도 나는 00와 싸웠다. 약이 올랐다. 집으로 들어오니 마루 한 편에 청넘어 밭에서 따온 홍시가 대래끼에 담겨 있었다. 가장 잘 익은 놈으로 하나 골랐다. “아 맛있다.”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면서 맛있는 척 먹었다. “나도 하나 줘” “싫어, 용용 애달지!” 잠시 후 그냥 저 집으로 간 줄 알았던 00가 저들 할매 손을 잡고 나타났다. “칠성아! 네 동생 홍시 하나 줘라.” “싫어! 00 미워” “그럼 할매가 먹도록 한개만 다고.” “거짓말! 00 줄라고 그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다래끼로 들어가는 할매 손을 막았다. 결사적으로 버티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뒤통수를 후리 쳤다. 눈에 불이 번쩍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버지의 화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못된 놈아, 할매 하나 잡수세요 하고..

가족과더불어 2024.01.23

짝사랑

짝사랑하는 열 아홉살 소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너무 힘든 것 같아 몹시 방황하는 것 같아 그늘이 되고 싶은데 샌드백이 노릇 하고 싶은데 보기 좋게 차였다. 간섭하고 싶은 생각 조금도 없는데 잘난 체 설교하고 싶은 생각 손톱 만큼도 없는데 싫다는 말조차 들은 적이 없어 썼다가 지우고 또 쓰고 조심 또 조심 편지를 쓴다. 지하에 계신 그분의 말씀 "평소에 잘해" (13.12.21 페이스북)

가족과더불어 2024.01.21

누구의 말을 믿어야

부모님과 형제자매 누구 말을 믿어야 합니까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계시는 분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형제자매가 부모님을 모시기 계시는 분 모두 명심하세요 나이들어서 치매초기 증상일 때의 아버님(어머님)께서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손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제삼자가 보기에 분명한 치매 증상일 때는 자녀들도 아버님(어머님)의 말을 신용하지 그대로 믿지 않겠지만 치매 현상 아주 미미한 초기 증상일 때 모시고 사는 며느리(또는 사위나 딸 아들)에 대한 불평이나 험담을 할 때 같이 살지 않는 자녀들이 어찌 부모님의 말씀을 믿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내 어머님의 말을 믿고 형수님(형이나 누나나 매부나)에게 서운한 말을 하는 순간 형제간의 우애는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누구의 말을 믿느냐 참..

가족과더불어 2024.01.20

한 잔 올립니다

자부시요 자부시요 이 술 한잔만 자부시요 /이 술은 술이 아니라 무병 장수에 불로초라 /자부시요 자부시요 이 술 한잔만 자부시요 /딸 길러서 날 주신 장모님 이 술 한잔만 자부시요! --그런데 장모만 주고 나는 안 주나? --뉘신지요? --머시라? 장인 어른도 몰라? --앗 지송함니다. 하지만 사우집에 운제 한분이라도 왔습니까? --그기 말이다 시상 만사가 뜻대로 안대는 기다. 장모님 장인어른 대신에 그 잔을 내가 다 받아 마시고 이렇게 횡성수설합니다.

가족과더불어 2023.12.01

우째 저도 불부네유

함께 바느질을 하다가 며느리가 시어머니보고 물었다. --시집가고 장개가는 법 누가 맹글었지요? --낸들 알겠냐만, 세상 모등걸 그분이 했다카더라! --그분이 누긴대유? --공자님! 갑가기 그건 왜? --살아 기시만 버선이라도 한 짝~ 결혼 하면 좋다는 감언이설이렸다. 오래 전에 김동길교수의 글에서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남매(김옥길, 동길)가 모두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신 이야기 같다는 말도 덧보탠 것으로 기억한다. --니코가 석자민서 나무 이야기만 하고 있구만! --앗 으쩐 일로 갑자기 오셨수? --가가 올개 및이냐? --서른 여섯요, 조선음는 가 나도 몰라요? --장개 안보내고 머하냐 이말이다! --때가 대만 알아서 가것지유. --우째 그키 무심..

가족과더불어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