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더불어

축문

임재수 2024. 10. 6. 20:36

월요일인 내일이 아버님 제사라서 토요일인 어제 저녁에 다들 모였다. 오늘 저녁 조금 일찍 모시고 해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산소로 찾아가서 뵙고 끝내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결정하고 통보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일곱시 조금 전이다. 컴퓨터를 켜고 축문을 작성했다. 인쇄를 하고 나서도 여유가 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육필로 옮겨 적었다. 중간에 한번 틀려서 다시 썼다.

--머하냐?
--보만 모림미까?
--ㅉㅉ 미리 좀 안 하고!
--아직 일곱시밖에~
--하다말고 어대가노
--일출 사진 찍으러 감미다.
--끝도 안 맺고?
--또 틀릴지도 모링깨 숨 좀 돌리고요
--ㅉㅉ

열시 조금 지나서 모두들 모였다. 차량 세대에 나누어 타고 늦은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부터는 다른 차는 갈 수 없다. 사륜구동인 내 차에 모두 탔다. 팔십을 넘기신 자형과 누님께서는 산 밑에서 절을 하고 나머지는 산소까지 갔다. 정성 들여 써서 봉투에 넣어 둔 축문은 빠뜨리고 안 가져왔다. 차려놓고 술한잔 붓고 다함께 절만 올리고 끝냈다.

--ㅉㅉ 정신좀 채리거라!
--아부지도 지 나이 대 보이소~.
--머시라?
--앗 죄송함미다.

'가족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우자랑  (1) 2024.05.03
안부전화  (0) 2024.04.13
조카들과 함께  (0) 2024.01.23
할아버지 노릇  (0) 2024.01.23
형 노릇  (0)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