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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따기

얘들아 나오너라 딸따러 가자 /장갑끼고 양푼들고 청재산으로오르막 길섶에 가시풀 속에 / 손으로 딸 따서 양푼에 담자 ([달따러 가자]-윤석중-가사 바꾸기)청재로 올라 가는 길 섶에 잘 익은 딸이 보였다. 달이 아닌 해를 따고 내려 오다가 따서 담았다. 집에 가서 양푼과 장갑을 준비해서 다시 오려다가 맨손으로 땄다. 조금 찔리고 약간 따끔거리기도 했지만 예전에 다 해 보았던 일이 아닌가.양푼 대신에 저렇게 꼬깔 만들어 담았다. 그때는 망개 잎을 따서 담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이름도 모르는 나뭇잎으로 대신했다. 집에 와서 상납을 하니 한두개 먹고 그만 두신다. 뒤안에 양딸을 심어서 따먹었다는 분 입에는 맞을 리가 없을 것이다.그런데 이제는 저거 따먹을 개구장이가 마을에 없다. 저렇게 잘 익은 것 얻어 ..

추억과더불어 2024.06.01

독박

팔푼 : 왜 그런 짓을 했서까?칠푼 : 누가?팔푼 : 종석이!칠푼 : 숙열이가 시킨 거 아일까?팔푼 : 혼자 햇다네, 숙열이는 만난즉도 읍고 저나도 안했디야!구푼 : 그런데 그날 시차래나 통하햇대여!팔푼 : 누가 밧대여?구푼 : 요즘 휴대폰 디비만 다 나와여!팔푼 : 아니 그걸 여태까정 그냥 돗대여?칠푼 : 그냥 안두만?팔푼 : 정낭에라도 처박등가 디가운가 멍가 잇자나 싹지우능거!온푼 : 누구 조으라고 그리하나!구푼 : 누이 조코 매부 조코!온푼 : 누인지 매분지 하나는 조컷지만 종석이는 독박 쓴다!팔푼 : 다 가튼 핀 아니야?온푼 : 잘 나갈 때는 같은 핀이지만 법의 칼이 목을 겨누면~구푼 : 그만 왜 혼자했다고 우기는데?온푼 : 겉으로는 충성하는 척 의리 있는척 연기하지만 시켜서 항거라는 물증은 남겨..

세상과더불어 2024.05.30

뚜껑좀

애용하는 모나미플러스펜 쓰다가 보니 뚜껑이 안 보인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안 닫고 오래 두면 그래서 말라 버리면 못쓴다. 궁여 지책으로 비닐로 감고 묶어 두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써 보니 허사였다.새것으로 교체하고 그냥 버리려 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물을 묻혀 봤다. 흐릿하게 나오다가 조금씩 진하게 나온다. 몇푼 안 가는 것이지만 버리면 쓰레기일 뿐이다. 문구점에 가면 여분 뚜껑 한 두개쯤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머 머라고? 춤 발라도 대냐고? 그건 니가 직즙 해바~

소소한일상 2024.05.28

사고 싶어?

민수네 신발가게에 국희가 친구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아주 예쁜 하늘색 코고무신 한 켤레 골랐다. 몇번이나 신어보고 거울보고 친구들의 의견도 들었다. 국희 : 이거 을매요?민수 : 오백원이요!국희 : 머가 그키 비싸요? 사백원 으때요?민수 : 에이 여보슈, 쌔비온 거도 그래 주곤 몬 사요.국희 : 그만 440원에 주세요.민수 :  450원만 내시오.국희 : 그리는 모타것수(휙 돌아서 간다)재몽 : 고작 십원때매? 얼른 잡아!민수 : 잠깐만 440원 내고 가져가이소!국희 : (다시 돌아서는데 전화가 울려서 받는다). 옛 잘 알겠습니다! (민수보고) 저, 담에 살께유! 민수 :  아니 사람 가이고 노는거요?국희 : 그기 아이고, 나는 십육문 신는데 이거는~민수 : 시너보고 맞아서 흥정햇지요? 그런데 신발 문수..

세상과더불어 2024.05.26

오디를 먹다가

까마득한 어린 시절 관에서 오디를 수매한 적이 있었다. 다래끼(바구니)에 따 담아서 가지고 갔지만 가격이 얼마인지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장님댁 마당에 멍석 깔아 놓고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매가 끝나면 인분과 썪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역시 본적은 없다. 그 맛있는 오디를 그 더러운 것과 썪는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우리마을 뽕나무는 거의 대부분이 보리밭 속에 있었다. 그리고 보리와 오디는 익는 시기도 같았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에 들어가 오디를 따 먹다가 보리 까끄래기가 목에 걸려 캑캑거린 기억이 난다. 그 무시무시한 고통(병원에 갈 정도가 아니니 엄살?)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딱 십년전에 여러 가지 묘목과 함께 왕오디 5그루도 사다 심은 적이 있었다. 고서방인지 노서방인지 어..

추억과더불어 2024.05.24

지원할인

--재수냐?--어? 팔봉이!, 잘있었남?--나야 잘있지, 니네 동내 딘장 맹글어 판다고?--그럼! 마실에서 하는 사읍인데 1키로 한통에 만오처넌~--그만 니통만 보내조라 개자번호도 너코.--잠깐 사이소에서 사만 20%할인해서 만2천원에~--고향 사람들 애먹고 항글 그키 까끄만 안대지!--그망큼 도비로 지원해 중께로 우리는 항개도 소내 안바여. 2만원 이상은 택배비도~--결국 나랏돈이네! 가입하고 주문하고 그렁거 모한다.--아들 머시기냐 가 저나번호 불러주만 내가 ~--그냥 사키로 보내! 밋푼 애끼자고 그짓을 우예하나!내가 마을 관리자로서 거금 50만원(세금 공제하면 46만00)이나 월수당으로 받는다고 판매 실적을 올려야 면목이 선다는 말은 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웃과더불어 2024.05.22

고사리밭 줄 긋기

늦었지만 안 하기보다 낫다는 생각에 금년에도 고사리밭 줄긋기를 했다. 작년에 박아 둔 말뚝(고추지지대)이 그 자리에 서 있으니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안 보이는 것이 많았다. 넘어졌으면 근처에라도 있으련만 그것도 아니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쓰러진 것을 회수하여 집으로 가져 가서 잘 간수해 두었다는 말씀이었다. 다시 챙겨 와서 줄 간격 가늠해서 박고 줄 치고 하는데 한나절 거의 다 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비알밭 매는 소리가 들려왔다.--머하는 짓이냐?--이렇게 해 노만 고사리 꺼끌 때나 지심 매민서 지나간데 또 안 발고 그래서 덜 빠대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어린 고사리 안 뿔개도 대잔아유!--지금 니 발미츨 보고 하는 말이냐?--앗 내 고사리!--고사리 안 뿔갤라고 줄치는기 고사리만 뿔개는구나!--하다..

땅과더불어 2024.05.14

사표 낼까유

4월 29일 아침부터 고사리밭에 줄을 긋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알림 소리가 자주 울렸다. 연결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하여 나오는 소리라 멀리서도 잘 들린다. 무시하다가 연이어 들리는 소리에 열어 봤다.  --[Web발신][사이소][000] 입금완료 되었습니다. 발송요청합니다--이런 내용의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이소 월요특가 주문이 들어오는 날이다. 자세한 사항은 집에 가야 알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눈 어둡고 스마트폰 조작이 서투른 할배의 한계다.작업이 끝나고 잠시 한숨을 돌리며 헤아려 보니 무려 50여 건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이소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그런데 1봉씩 주문한 것이 13건이나 되었다.  고사리 1봉(100g) 가격은 2만원 이하이니..

이웃과더불어 202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