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최고로 더운 날

임재수 2024. 8. 5. 09:25

남동생이 휴가를 우리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누님까지 모시고 올 예정이었다.  낮 최고 35도가 예상되는 날, "여름의 한고분데기"에 해당하는 날, 그러니까 엊그제 8월3일~4일이었다. 누님께서 가져가라고 하시던 에어컨을 필요 없다고 사양한 것이 불과 몇달 전의 일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외손자나 이렇게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서 에어컨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포기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며칠 전부터 집안 여기저기 풀도 뽑고 나무도 베어 냈다. 그리고 바로 전날에는 이방저방 청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녁먹고 가 보니 뒷집 실내 온도가 무려 34도였다. 철판 지붕이 후끈 달아서 저녁이 더 덥다는 사실을 잠시 깜빡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을 기약하고 작전상 후퇴를 하는 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더위가 조금 덜하기는 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작도 하기전부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러던 차에 동생이 탄 차가 들어 왔다. 제수씨도 조카들도 누님도 없이 혼자였다. 또래 친구들끼리 모여서 함께 보낼 생각으로 혼자만 왔다고 했다. 그러면 구태여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왕 버린 몸"이란 생각에 그냥 계속했다.

끝내 놓고 찬물 뒤집어 쓰고 옷 갈아 입고 선풍기 틀어 놓고 누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들어 보니  나를 두고 하는 뒷담화다.
삼십대1 : 요즘도 에어컨 못 켜게 하실까?
삽십대2 : 전기세 아까우니 당연하겠지!
삼십대3 : 맞아! 학교서도 못켜게 하셨는데 집에서야 말할 것 있겠어?
삼십대4 : 집에는 아예 없다네. 그런데 일년에 두어번은 켜주셨자나. 시험 때는 우리가 맘대로 켰고.
삼십대3 : 니가 핑계거리를 제공했지!
삽십대4 : 추워도 참았지, 꺼 달라고는 한번도 말한 적 없어.
삼십대3 : 춥다고 체육복 걸치고 있으면 그게 그말이지!
사십대1 : 말도 마소 우리 때는 선풍기도 못틀게 했다
삼십대들 : 에이 설마?
사십대2 : 니가 고속으로 돌리니 윙 소리가 요란했지!
사십대1 : 그럼 체육시간 땀흘리고 들어왔으니 견딜 수 있어?
오십대 : 그건 약과유 80년대 중반인데 창문도 못 열게 했어유!
다들 : 말-도-안-대!

조용히 듣고만 있으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변명 같지만 나름대로 해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다들 일어섰다.
--아니 당신들 너무한 것 아니요? 실컷 흉만 보고, 변명할 기회도 안 주고 그냥 가시나요? 세~세상에 이~ 이런 법이 어디 있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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