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젊은 사람 이름도

임재수 2024. 9. 12. 01:29

요즘 택배 발송이 꽤 많다. 송장을 출력해서 지정한 곳(요즘은 회관뒤 들마루에 놓인 종이 상자)에 넣어 두면 발송인이 찾아서 붙인다. 발송인보다 늦으면 내가 골라서 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택배송장에서는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안 보인다. 개인 신상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서 그리 한단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두 글자만으로 구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맛있는 먹거리(제철 농산물)가 나오면 흔히들 자녀나 형제(자매)들에게 같은 날 보낸다.  그리고 형제(자매)간에는 돌림자를 쓰기에 마지막 글자만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칠푼이나 칠성이나 모두 임칠*으로 나오니 주소(전화번호도 뒷자리 4자는 안 보임)를 보고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출력된 송장 뒷면에 큼직하게 발송인과 수취인 이름을 적어 두었다. 어떤 때는 다 적고 바쁠 때는 나이드신 분들 것만 적어 두는 수도 있다. 말하자면 노인(노안)에 대한 배려이다.

--지 이름도 좀 큼직하기 써 주이소
--니까지 그카만 쌤이 너무 심들어여!
--왜이래 니나나나 마캉 다 항갑지내써
--잘 알겠네! 그러고 보니 나도 돋보기 쓴 게 이십년이 지났구만.
--갈골댁 아지매나 밤소할부지가 먼저 오시 가이고 실수로 우리꺼 손대만 말짱~
--아하!

그러자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가 생각 났다. 어떤 맹인이 밤마실 나갈 때는 꼭 등불을 들고 다녔다. 어차피 안 보이는데 등불을 왜 들고 다니느냐고 누군가가 물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피해서 가라고 그런다고 했다.

--달리기 할 때 앞선 친구가 니 정답 가로채서 둘이다 실격했다며?
--국민학교 운동회때 그랬지. 그런데 그 이야기는 10년전에 써 먹었다.
--그러면 연결 주소라도 댓글로~

둘이 모두 실격한 이야기 읽어 보기

'소소한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갤러리에서  (0) 2024.09.19
별호도 좋겠지만  (1) 2024.09.18
송금수수료  (0) 2024.08.20
최고로 더운 날  (0) 2024.08.05
안전하고 경제적인  (1)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