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별호도 좋겠지만

임재수 2024. 9. 18. 12:20

두부작업이 끝나면 배달을 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날도 그 시각까지 집안에서 페부기와 놀았다. 거의 끝났지 싶은 때 작업반에서 연락이 왔다. 윤옥이라는 분이 주문한 두부를 찾아 가지 않았다는 전달이다. 방금한 두부를 식기전에 가져 가서 먹으면 최고의 맛이다. 그냥 두면 무더운 날씨에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늦을 것을 알면 우리는 미리 저온 창고에 넣어서 보관한다.

연락을 하려고 전화기를 열었지만 이름이 안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컴퓨터로 카톡방에 들어갔다. 단골 손님들만 모인 곳이다. 작업 일정을 공개하고 주문도 받는다. 윤옥이씨를 지명해서 물었더니 벌써 찾아 갔다는 답변이었다.. 작업반으로 연락을 했더니 이름 적힌 상자가 그대로 남아 있단다.

그 사이에 작업을 끝낸 옆 사람이 들어 왔다. 스마트폰을 상위에 놓고 화장실로 들어 갔다. 다시 카톡 대화가 이어졌다.
--몇 시쯤 누구한테서 받았습니까?
--부녀회장님께 커피도 얻어 마셨는데유

화장실을 향해 물어 보니 받아 간 사람은 윤옥이씨가 아니고 정윤옥씨라고 했다. 그러던 차에 옆사람 전화기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정윤옥씨가 한 전화다. 조금 뒤에 화장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옆에서 들으니 짐작은 가는데 핵심에서 빗나간 대화만 오고간다. 전화기를 뺏다싶이 해서 물었다.
--실례지만 윤옥이씨입니까 정윤옥씨입니까?
--둘다 전데유.

그분 성함은 정윤옥이다. 성을 빼고 이름만(윤옥이)으로 카톡아이디를 만들었다. 이름을 전화기에 저장한 사람(옆사람 포함)에게는 저장된 이름 그대로(정윤옥으로) 보인다. 저장하지 않은 사람(나를 포함)에게만 "윤옥이"로 보인다. 같은 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주문을 했지만 나는 윤옥이로 1판 올렸고 다른 사람이 정윤옥으로 1판을 올려서 중복 주문이 되었던 것이다.

정식 이름보다 더 멋진 별호(카톡아이디)를 만들어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혼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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