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름 청문회
웃음과더불어
2022-02-14 00:16:28
시험이 끝난 다음날 선생님께서 채점하신 시험지를 나누어주시다가 상렬이에게 질문하셨다.
--원의 중심으로부터 경계에 이르는 선분을 뭐라고 하지?
--반기름입니다.
--다시 한번 말해봐라!
--반~기~름~ 이라 합니다.
교실 전체가 뒤집어졌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난 뒤에 누군가가 반지름이라고 말하고 선생님께서는 질문을 계속하셨다.
--그러면 중심을 지나 경계에서 반대쪽 경계까지 이르는 직선은?
--온~기~름~입니다.
--그냥 지름이라고 한다.
--지름은 틀릿고 기름이 맞다고 했습니다.
--누가?
상렬이는 말로 하지 않고 재몽이 쪽을 돌아 봤다. 그러자 재몽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말을 했다.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읍습니다.
--구게엄하라고 잘못된 거라고 햇자나
--그거는 우리가 멍는 참기름 들기름을 두고 한 말이지
--그만하고 산수책 펴!
선생님께서 나서서 끝난 것 같았던 상황이 쉬는 시간에 계속되었다. 중포가 재몽이를 불러서 가보니 친구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보던 청문회 흉내를 냈다. 반장이 주먹으로 교탁을 세번 치면서 개회선언을 할 때는 웃음이 나왔다.
반장 : 지금부터 재몽이와 상렬이 반-기-름-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훈석 : 재몽이 너 참 나쁜 놈이다.
재몽 : 왜그러여?
중포 : 갈구치 주는 척 생새근 다내고,
훈석 : 몰라도 되는 구개음하인지 먼지 말한건 순전히 유식항거 자랑질이지?
중포 : 상렬이 헷갈리서 틀리게 맹걸라고
훈석 : 일부러 그랫지?
재몽 : 지름, 반지름 공부하고 나서 상렬이 할머니가 전하를 하셨어
중포 : 그기 먼 상간이여
반장 : 말꼬리 잡지 말고 끝까지 들어 봅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황은 시험 하루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재몽이는 상렬이네 집으로 가서 같이 공부를 했다. 평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아들이 모처럼 열심히 하자 상렬이 엄마는 신이 났다. 간식까지 차려 주고 난 뒤 잠시 바람 쏘이고 오겠다고 하시면서 나갔다. 먼저 산수책을 펴 놓고 공부를 했다. 원, 원둘레, 반지름, 지름, 원의 면적 등을 서로 묻고 답하며 확인을 했다. 그 다음에 자연책을 꺼내 놓고 공부를 하는데 상렬이 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할머니 : 너 어매는 어대 간나?
상렬 : 바람 피우고 온대여!
할머니 : 머라카노?
재몽 : 상녀라 바람 쐬러 가신거다!
상렬 : 아, 맞다 바람씨러!
할머니 : 지름 짜서 택배로 보냇다.
상렬 : 지름? 반지름?
할머니 : 지름도 몰라? 오메 머라카더라 그런기 드러 이써서 머리 좋아진다캉께 너도 마이 먹거라. 어매 들어 오만 저나 하라캐
상렬 : 지르믈 우째~
할머니 : 뚜~뚜~뚜~뚜
상렬이는 전화기를 내려 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재몽이 보고 물었다.
--지름을 짜서 부치고 멍는다는기 무신 말이고?
--시골 할매들은 기름을 지름이라 캐여!
--그래?
--참지름 들지름이라 하고 길을 질이라고 하지. 그런 것을 구개음하라고 하지만 분명이 틀린 말이래여!
--머가?
--기름이 맞고 지름은 틀린 말이라고 중학생인 누야가 갈구치 조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