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더불어

이장은 아무나 하나

임재수 2022. 11. 4. 16:46

이장은 아무나 하나

이웃과더불어

2018-07-02 11:06:04


마을 정자 위에서 집안 어른을 만났다. 인사를 드리고 나니 한말씀 하셨다.
"학교는 우째고?"
"명퇴했습니다"
"고향에 살로 드러왔다고?"
"예 있는 밭때기에 고사리나 숨거 노코~"
"그럼 니도 이장 한번 해바라"
"그거 골치 아플낀데요"
" 그것도 모타만 배아 가이고 머 하나, 글만 좀 알만 내가 해 보겠다만~"
"그냥 조용히 살랍니다."
"ㅉㅉ"
그정도로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데 친구 혜명이가 아는 체를 했다. 
"이장 그거 십다니까 한번 해바"
갑자기 구미가 당긴다
"정말?"
"그럼"
" 이동네 안 산기 쫌 대는데 나서만 찌거 줄까?"
"트랙터하고 관리기만 있으만 대"
"무신 말이야"
"내 말 드러 보라고, 동네 할매들 만차나"
"....."
"논도 가라주고 밭골도 타주고 비닐도 씨아주고"
"왜?"
"그래가이고 점수를 따만"
"아하! 알았어" 나는 그만 무릎을 쳤다.

그날 저녁 늦으목 뒷산으로 아부지를 찾아 갔다. 
"트랙터하고 관리기 사 주십시오"
"손바닥 만한 우리 땅에?"
엄마가 놀래서 물으셨다.
"이장 할라만 필요해요"
"그기 무신 소리노?"
아부지가 벌떡 일어 나시며 말씀하셨다
"동네 일해 조 가이고 점수 따서 이장 나서만 표가~"
"너 트랙터 관리기 부릴 줄은 아나?"
"배우만 대지요"
"기계만 있으만 이장할 수 있다고? 항갑 지낸 노미 열 댓살 때하고 우째 항게도 안 빈했다"
"그기 무신 말쓰미라요"
"니 그 때 안캤나 책상만 사주만 공부 잘할기라고" 
"그기 언제적인데 이제 와서"
"크는 아들 기직이지 말고 사줍시다. 야가 이장을 하만 가문의 영광이자나요"
"영광은 무슨, 작은 아버님도 하셨고 형님도 하셨고 사촌도 했는데"
"그때하고 시방은 동네 사정이~"
"돈은 주겠지만, 나매 말만 듣고 함부로 나서만 안댄다 명심해라!"
"예"

산을 내려 오면서 나는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0성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농기계 조작이 위험한거는 알고 있나?"
"머?"
"너 집안 어른 한분이 경운기 사고로 돌아 가셨자나. 작년엔가 아저씨 한분도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다쳐서 입원하셨고"
"관리기는 가벼워 조작이 간편한 거로 아는디?"
가만히 있던 0은이가 말했다.
"너 동네는 돌이 많아서 특히 더 위험하대"
그리고 이번에는 0호도 나섰다.
"트랙터 한 대가 얼매인지 아나?"
"몰라"
"쌀 삼백가마 값 이상이래"
"머?"
나는 그만 입이 딱 벌어졌다.
"그냥 지금처럼 이장이나 지도자 보고 로타리 치고 비닐 씨아 달라고 해"
"잘 하는 이장 계속하라고 해, 그리고 너는 할 일이 따로 있어"
"맞아 홈페이지 관리하면서 홍보나 하고"
0영이 0현이 0철이도 만류를 하고 나섰다.

결국 나는 이장 출마를 단념했다. 트랙터 관리기 사려고 받은 돈을 들고 다시 아부지를 찾아 갔다.
"잘 생각했다. 이장하고 너하고 싸우만 득을 보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거다. 그런 이치도 모르고 함부로 날띠만 니만 바보 대는기라."
"예!"
"그리고 논을 갈든 바츨 갈든 평소에 이우슬 위해 베푸러야지 이장 나가고 시퍼서 갑자기 선심을 쓰만 그 속을 누가 모를까? 시골 사람이라고 얕자바 보면 큰코 다친다"

 

페이스북(2018. 6.10) 카카오스토리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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