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더불어

노나먹기

임재수 2023. 10. 15. 23:19
곤하게 자고 있는데 포졸들이 갑자기 들이 닥쳤다. 죄인 칠성이는 빨리 나와서 오라를 받으라고 했다. 인솔 포교에게 물어 보니 절도 혐의라고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모르는 일이고 다만 명을 따를 뿐이라고 했다. 결국 사또 앞으로 끌려갔다.
 
"사또 도대체 소생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시오?"
"윗동네 저씨네 농장에 들어가서 양식을 가져온 적이 있으렸다?"
"남의 농장에 드간 적도 없고 양식을 훔치다니 천부당만부당하오이다"
"몽땅 털어 와서 저씨네 식솔들이 굶어 죽을 처지라는 풍문인데?"
"누가 소생을 모함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사또 칠성이가 이웃들과 나누어 먹고 자랑한 글과 사진까지 남겼습니다"
 
증거라고 형방이 내미는 것을 보고 나니 쓴 웃음이 나왔다. 내가 쓴 글은 맞지만 각도가 전혀 다르다.
"사또 저기는 저씨네 농장이 아니고 우리 동네 뒷산이옵니다. 그리고 제가 주워온 양도 극히 소량인데 굶어 죽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럼 거기가 너네 산이냐?"
"그 그건~"
"저런 발칙한 것이 있나? 남의 산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서 양식을 뺏아 와서는 한다는 말이 고작 소량 운운"
"사또 억울하옵니다"
"구구한 변명 듣기 싫다. 당장 하옥시켜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판결을 내리겠다."
난생 처음 옥이라는 곳에 갇히고 보니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동네 사람 다 들어가서 고사리도 꺾고 버섯도 땄는데 절도라니. 밤이 깊도록 잠은 오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새벽녘에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누군가 면회를 왔다고 옥리가 나를 깨웠다. 나가 보니 포청에 근무하는 친구 김모였다. 
 
--ㅉㅉ 그거 줍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를 햇거늘.
--나도 좀 먹어야~
--그것 아니면 먹을 것이 없는가?
--그건 아이지만, 별미라 캉께.
--산돼지들 먹을 것이 없다네!
--냉기 둔거도 많아여!
--아무튼 싹썰이 하면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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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5일 쓰다가 그만 둔한 것을 5년만에 완성하여 올림

 

2015년 9월 7일 페이스북에

2018년 10월 15일 페이스북에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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