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설날을 맞아

임재수 2024. 1. 22. 21:20
오늘은 설날입니다. 우리 삼형제 가족들 이역만리 타국에서 근무하는 동생 하나만 빼고 모두 모였습니다. 한집만 빠져도 괜히 제가 잘 못한 것 같아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이들 세배를 받고 성묘도 가야하는데 야근하고 들어온 막내 동생이 잠이 들어 어쩔까 생각 중입니다.
차례 지내는 방식(절차)도 많이 바꾸었습니다. 예전에는 남자들만 절을하였는데 며느리와 손녀들도 다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다 같은 사람이고 자손인데 차별이 있으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집안은 제가 어릴 때부터 명절 차례에는 단잔이고 축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생각해 보니 한 동네에 사는 집안이 많고 종가집부터 순서대로 차례를 지내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연되는 탓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가친척들이 모두 객지로 떠나서 우리 형제만 모여서 차례를 모시는데 그 풍습을 그대로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제 제가 분향하고 일제히 절하고(강신) 저와 저의 가족이 먼저 첫잔(초헌)을 올리고 멀리 있는 둘째(동생)을 제외한 그 가족 셋이 둘째 잔(아헌)을 올리고 막내 동생 가족 넷이서 마지막 잔(종헌)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첨잔을 하고 난 후에 부복한 채로 옛날의 격식을 상당히 벗어난 축문 <유세차 계사년 설날을 맞아 맏아들 재수와 저희 자손들은 삼가 부모님 영전에 고하옵니다. 지난 한해의 음덕에 감사 드리며 다가 오는 새해에도 저희 자손들을 보살펴 주옵소서. 삼가 주과포혜를 마련하여 잔을 올리오니 흠향하옵소서 상향>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열살 짜리 조카딸 보고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우리 쌍둥이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재롱잔치 한 번 하라." 그런데 쑥쓰러운지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꼭 준비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즐겁게 해 드리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저를 내리고 밥을 덮고(하시) 다시 두번 절하고 차례를 끝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저 내려온 설날의 미풍양속 그리고 눈이 부시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상에 어디까지 계승하고 무엇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지 다 같이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2014.1.31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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