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고와 숭암고 두 팀이 방구대회 결승에 올랐다. 준우승도 대단한 영광이겠지만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우승팀에게만 부여되니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승부였다. 결승전은 3판 양승제로 승부를 가리는데 지난 8월 말에 경암고가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실력차가 어느 정도 보였으니 우승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9월1일자로 윤배열 교장이 경암고에 부임했다. 그양반 부임하자마자 감독부터 교체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잘 하는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고 주변에서 건의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했고 교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9월 15일에 2차전이 열렸다. 결과는 0:2로 참담하게 무너졌다. 평소 벤치만 지키던 후보들이 대거 출전을 했고 주전들은 다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추세라면 3차전 결과도 뻔하다고 학부모 동문들은 울분을 토했다. 자유당시대도 아니고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수군거렸다.
드디어 그 내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새로 부임한 그 양반 아들이 숭암고 방구부 선수였다.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 승리해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