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안 하기보다 낫다는 생각에 금년에도 고사리밭 줄긋기를 했다. 작년에 박아 둔 말뚝(고추지지대)이 그 자리에 서 있으니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안 보이는 것이 많았다. 넘어졌으면 근처에라도 있으련만 그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쓰러진 것을 회수하여 집으로 가져 가서 잘 간수해 두었다는 말씀이었다. 다시 챙겨 와서 줄 간격 가늠해서 박고 줄 치고 하는데 한나절 거의 다 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비알밭 매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하는 짓이냐?
--이렇게 해 노만 고사리 꺼끌 때나 지심 매민서 지나간데 또 안 발고 그래서 덜 빠대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어린 고사리 안 뿔개도 대잔아유!
--지금 니 발미츨 보고 하는 말이냐?
--앗 내 고사리!
--고사리 안 뿔갤라고 줄치는기 고사리만 뿔개는구나!
--하다 보만 그럴 수도 있지요
--그렁깨 미리미리 하란 말이다. 장년츠럼 삼을 초에~
--이몸이 작년 다르고 올개 다르네유. 조금만 추아도 맥을 못추는기 누길 달맜는지~
--댓다 고만 나 간다. (2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