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더불어

온난화 탓

임재수 2024. 8. 18. 14:47

포악한 염장군과 그 휘하의 장졸들은 좀처럼 물러갈  눈치가 없었다. 입추 무렵이면 추장군이 진격해 올 것이라는 첩보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은 희망고문으로 끝나고 말았다. 566고지에서는 비명 섞인 파발이 쉼없이 도착했다. 신속히 출동하여 초군을 소탕하고 좀비들을 박멸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육박전과 공중전 그리고 화생방전을 염두에 두고 작전계획을 세우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섣불리 나섰다가 염장군의 기세를 꺾지 못하면 그것도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번이라도 패전하면 회복불능의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며칠 후의 결전에서 일격을 가하고 최후의 승리를 쟁취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체력도 비축하고 장병들의 사기도 진작시켜야 한다. 그럴 듯한 핑계거리가 생각나자 연일 휴식모드를 취했다. 선장군과 주나라 한맥장군도 불러서 의견을 교환했다. 한모는 성품이 너무 차가와서 평소에는 좀처럼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절박했다.

숙의를 거듭하며 잔을 비우고 있는데 혀를 끌끌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부모님이 서 계셨다. 
아부지 : ㅉㅉ 머하냐 일 안하고?
나 : 폭염경보 내리만 나가지 말라고 함미다.
아부지 : 지금이 일하기 딱 조은 때다! 해뜨기 두어시간 전.
나 : 공부하기에도 딱~(옆에 있는 맥주 캔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우째 오싯습미까?
아부지 : 이건 머냐? 니 찬거 못 마시잔아?
엄마 : 그거야 영감 닮아서 그렇지요, 막걸리도 디와 잡수는~ 
아부지 : 시방 그말이 왜 나와?
나 : 엄마 나 요새 아이스께끼도 먹고 찬 맥주도 잘 마시여. 냉장고에서 끄낸 국도 디우지 않고 그냥 먹고 그렁께 나 건강해졌어. 그러니까 아부지 탓하지 마! 부지가 그렇다는 둥~
아부지 : 그건 니가 건강해진 것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 땜에 요즘 날씨가 말도 못하게 더와진 탓이다.
나 : 아! 아부지가 우째 그~ 그것까지 아심미까?
아부지 : 이학박사 손자를 두었는데 나도 그정도는 ~

주나라 한맥장군
선장군
566고지
공중전? 화생방전 준비 완료

'자연과더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출_추분~동지  (0) 2024.09.17
짝궁은 얻다두고  (1) 2024.09.08
조화  (0) 2024.08.09
넉달만 가면  (0) 2024.07.28
빈집  (0)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