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홍보성댓글

임재수 2022. 11. 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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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더불어

2021-11-21 14:54:29


<김장하는날/아니, 막걸리 마시는 날>이라고 작가 고모님께서 페이스북에 올리셨다. 버무린 김치와 수육 그리고 막걸리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김장 담그시는 사모님 곁에서 막걸리 값은 제대로 하고 마시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입금에 착오가 있었단다. 80만원이나 입금하셨다고 했다.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일이기에 총무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확인하니 그렇다고 하셔서 반환계좌를 받아서 전달했다.

 

오늘 그집의 일은 안 보아도 뻔하다. 옆에서 거들면서 한두잔 마신 막걸리에 살짝 취했을 것이다. 천천히 보내도 되지만 급한 성질에 당장 보내다가 0을 하나 보탰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말까지 나왔을 것이다.

쪼매만 마시라고 그키 당부해껀만, 앞으로 한달간 금주!”
너무하옵니다, 일주일로 감형해 주십시오!”

 

그건 그렇고 우리도 한잔 마셨다. 시내 볼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오면서 사온 초밥을 안주 삼아 소주를 깠다. 그러다가 [나 같은 사람이 아니 나보다 더한 분이 있다고] 무엄하게도 소중한 고객의 흉을 봤다. 그런데 옆사람의 표정이 참으로 묘했다. 사실 내가 입금할 때는 항상 옆에서 지켜본다. 그래서 실수를 막은 것이지 당신이 잘한 거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잔만 더 한잔만 더 하다가 여러 잔을 마셨다. 치우고 일어서려는데 전화가 왔다. 오지랑이라고 뜨는 이름에 안 받으려고 하다가 너무 오래 울려서 받았다. 잘 나가는 작가가 절임배추를 사 갔으니 칭찬하는 포스팅을 부탁해 보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올리는 거야 좋지만 자존심 상해서 나는 그런 말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잘못 입금한 72만원을 지렛대로 써 먹으면 된다는 말이었다.

 

--요즘이 어뜬 시상인대 그걸 안 돌리주고 배기냐?

--내일 일요일 지나고 모래 보내 준다고 해! 그리고 글좀 올리 달라고 매달리는 거야!

--그래 가이고 댈까?

--법은 믈고 마누라는 개찹다는 말 아나?
--마누라가 아이고 주먹이것지?
--주머기 법보다 씨고 옆사라믄 주믁보다 헐썩 무숩다 이 말이다.

--야 항국말로 해라!

--고작가 그 양반 월요일 돈 드갈 때까지 가시방석일끼다.

--?

--72만원 생돈이 날아갈 판에 가마이 둘 마누라가 이 세상에는 읍다 이말이다.

--모르지!
--지금쯤 부탁하만 날 새기 전에 멋진 글 올릴끼다.

--그키 빨리?

--그 정도 능력은 댄다. 그렁깨 작가슨상님이여!

 

평소 언행이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들어서 상대를 안했던 지랑이의 말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귀가 솔깃했다. 총무님한테 전화를 하려고 전화기를 들고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전화기가 울렸다. 72만원 환불했다는 연락이었다. 안타깝다 못해 짜증이 와락 밀려왔다. 왜 그렇게 빨리 입금을 했느냐고 화를 버럭 냈더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ㅉㅉ 그런 꼼수 쓰만 안댄다카이--

--, 아부지!

--배차 맛이 조아서 주문이 넘치는걸 머할라고~

다른 전화기가 또 울린다. 아니 알람 소리다. 아침 7 30분 약을 넣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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