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더불어

때리 달라고

임재수 2022. 11. 4. 22:28

때리 달라고

세상과 더불어

2022-02-16 16:14:15


한대마을 연말 대동회가 열렸다. 여러 가지 안건이 처리되고 난 뒤 마지막으로 6학년 졸업을 앞둔 진봉이가 불려 나왔다. 가을소풍 때 촌장어르신께서 마을 후배들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돈을 주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의 용처가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진봉이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추궁해도 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했다. 있는 그대로 밝히고 나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때 같은 학년인 봉수가 나섰다.

 

봉수 : 저는 알지요!

--니가 왜 나서?

--이 상황에서 얘 말이라도 들어 봅시다!

--말해 보거라!

봉수 : 웃동네 ○○이한테 빵 사미기써요!

--머시라 그 껄렁한 놈한테?

봉수 : 우리 동생들 때리지 말라고 애걸복걸 하던대유!

--니가 그걸 우째 아니!
봉수 : 창문 너머로 밨지요!

--어이구 한심한 놈!

--죽기 살기로 한번 붙어 보등가!

진봉 : 한판 붙으만 어린 동생들만~

--~라 동생드~을 핑계 조옿다.

--그래 효과는 잇더냐?

진봉 : 있는거 같기도 했습니다.

--있기는 개뿔 줄 때뿐이겠지!

--◇◇에게 빵 사 주민서 말리달라고 하는거나!

--머시라 그 말이 왜 나와유? 판을 깨자는 거유 시방?

 

어른들끼리 설전이 벌이지고 있는데 5학년인 도중이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도중 : 봉수도 ○○이한테 빵 사조써요!
--! ! 머시라?

--에이 말도 안대여!

--도대체 머때매!

도중 : 아우들 겁주고 때리 달라고 부탁해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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