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 달라고
세상과 더불어
2022-02-16 16:14:15
한대마을 연말 대동회가 열렸다. 여러 가지 안건이 처리되고 난 뒤 마지막으로 6학년 졸업을 앞둔 진봉이가 불려 나왔다. 가을소풍 때 촌장어르신께서 ‘마을 후배들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돈을 주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의 용처가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진봉이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추궁해도 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했다. 있는 그대로 밝히고 나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때 같은 학년인 봉수가 나섰다.
봉수 : 저는 알지요!
--니가 왜 나서?
--이 상황에서 얘 말이라도 들어 봅시다!
--말해 보거라!
봉수 : 웃동네 ○○이한테 빵 사미기써요!
--머시라 그 껄렁한 놈한테?
봉수 : 우리 동생들 때리지 말라고 애걸복걸 하던대유!
--니가 그걸 우째 아니!
봉수 : 창문 너머로 밨지요!
--어이구 한심한 놈!
--죽기 살기로 한번 붙어 보등가!
진봉 : 한판 붙으만 어린 동생들만~
--머~라 동생드~을 핑계 조옿다.
--그래 효과는 잇더냐?
진봉 : 있는거 같기도 했습니다.
--있기는 개뿔 줄 때뿐이겠지!
--◇◇에게 빵 사 주민서 말리달라고 하는거나!
--머시라 그 말이 왜 나와유? 판을 깨자는 거유 시방?
어른들끼리 설전이 벌이지고 있는데 5학년인 도중이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도중 : 봉수도 ○○이한테 빵 사조써요!
--머! 머! 머시라?
--에이 말도 안대여!
--도대체 머때매!
도중 : 아우들 겁주고 때리 달라고 부탁해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