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더불어

사돈 사이에

임재수 2022. 11. 4. 17:17

사돈 사이에

웃음과더불어

2019-02-08 12:23:50


서른 하고도 몇 살인 이몽룡과 성춘향은 어느날 갑자기 <사돈>이 되었습니다. 열아홉살 철부지 아이들의 불장난 덕분이었습니다. 

"온 동네 소문이 다 돌았는데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담임들은 뭘했느냐"는 질책을 받고 교장실을 나오면서 설전이 오고 갔습니다.
"그 00나가 순진한 우리 백호 앞에서 꼬리를~"라고 백호를 맡은 춘향이가 옆반 진이를 탓하자  옆반 담임인 몽룡이도 그만 발끈했습니다.
"꼬리를 치다니 같은 여자로서 우째 그런 말을~" 
평소에는 반말로 오고가던 동기 사이의 만만하던  대화가 정중하지만 싸늘한 말투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잠시 지켜 보던 또 다른 동기인 배비장선생님이 말리고 나섰습니다.
"허허 참 사돈지간에 왜 이카나?"
"혼인도 못한 처지에 사돈부터 매즈니 억울하겠지?"
"그래도 아들 바서 그카만 안 대지"
그 순간 모두들 뒤집어졌습니다. 잠시 후 분위기가 진정되자 동기 둘을 쳐다 보며 다시 말을 이어 갔습니다.
"그런데 늬들 연애나 해 밨냐?"
" ___ "
" ___"
"교감 샘요 야들 연애질 한 번도 못해 밨답니다. 이런 모범생들한테 눈 맞춘 학생들 생활 지도 인생 상담 너무 강요하만 아동학대가 댑니다. 교장샘께 전해 주이소"
"어이 동기들 백호하고 진이 찾거들랑 연애의 기법 좀 배아라 갸들이 인생 선배니까" 
 
곧 이어서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고 1월 중순에 백호와 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 만사가 참 요지경입니다.  2월 개학하고 난 후 친목 모임이 열린 어느날 저녁이었습니다. 학생과장이 교무과장 앞으로 가서 술잔을 권했습니다.
"사돈 어른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여?"
교무과장 뿐만 아니라 모두들 영문을 몰라서 그쪽을 쳐다 봤습니다. 
"교무과 춘향이가 학생과 우리 몽룡이 한테 시집을 옹께 우리도 사돈이 대는 거자나"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분위기를 파악한 사람들부터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눈치가 둔한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냥 따라쳤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배비장선생이 또 한마디 했습니다.
"두 사람 모범생인거는 학실해여 내가 시키는대로 아들한테서 열심히 배았구만" 
 
김형수 시인의 <개사돈>이라는 시를 읽고 흉내 내 봤습니다. 
 
개사돈/김형수 
 
눈 펑펑 오는 날
겨울눈 많이 오면 여름 가뭄 든다고
동네 주막에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늙은이들 간에 쌈질이 났습니다
작년 홍수 때 방천 막다 다툰
아랫말 나주양반하고 윗말 광주양반하고
둘이 술 먹고 술상 엎어가며
애들처럼 새삼 웃통 벗고 싸우는데
고샅 앞길에서 온 동네 보란 듯이
나주양반네 수캐 거멍이하고
광주양반네 암캐 누렁이하고
그 통에 그만 홀레를 붙고 말았습니다
막걸리 잔 세 개에 도가지까지 깨뜨려
뒤꼭지 내물이에 성질 채운 주모 왈
오사럴 인종들이 사돈간에 먼 쌈질이여 쌈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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