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 온나, 마이 밧다 아이가!
--그참! 다리는 안 온다고 날리치던대?
--그만 그게로 가 보덩가, 눈치~!
--눈치가 읍기는 니가 젤로?
--먼말이여 나는 눈치우기가 힘등께 하는말이자나?
--긍께 니가 눈치가 읍서서 힘들게 눈 치운다고!
--머시라?
--가만 두만 마실에서 다 치아 줄낀데 보기가 답답항께~
--대따 그만 나매 아푼데를 고키 콕 찌르만 안대지! ㅠㅠ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면 마냥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다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 중반 군복무할 때도 눈 내리는 것이 간절한 염원이었다. '설마 그나이에'하고 놀랄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빠지게 교육훈련을 받는 것보다는 제설 작업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다. 극도의 긴장감(억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더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지 문학소녀처럼 내가 뭐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천지가 하얗게 덮였고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아점을 먹고 난 뒤 제설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새로 산 연장을 들고 아래로 밀고 내려갔다. 많이 모여서 밀리지 않으면 삽으로 퍼서 도랑으로 버렸다. 조금만 더 많이 왔으면 내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터인데 딱 알맞게 내렸다. 우리집 앞길 20~30여 미터는 차량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폭이 넓게 치웠다.
끝낼까 하다가 내친 김에 회관 앞까지 밀고 내려갔다. 새로 산 연장의 성능에 감탄을 하면서 사람이 통행할 정도의 길을 뚫었다. 그리고 치운 길 위에 다시 덮인 눈을 저녁무렵에는 빗자루로 쓸었다. 그때 이장님이 트랙터로 길을 치우고 지나갔다. 어이구 모처럼 부지런을 떨었는데 이거 영 생색이 안나게 되었다. 그래도 애 먹었다고 배차전에 막걸리 한잔 주실랑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