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선물은 말이야!

임재수 2023. 1. 19. 21:13

두부배달 출발하면서 "한 시간 후에 도착할 것이니 상주생각으로 와서 받아 가시라"는 문자를 주문자께 보냈다. 봉강 지나고 세천 근처에서 카톡을 열어 보니 그때까지 열람을 하지 않으셨다.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상주생각에 도착하고 난 뒤에 다시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납품을 완료하고 난 후에 중간에서 주선하신 주님에게 보고겸 상의를 드렸다. 집으로 돌아가서 저온 창고에 넣어 보관해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평소 마음속에 두었던 00께 갖다 드리자고 말씀드리니 좋다고 승락이 떨어졌다.

 

00님께 전화를 드리니 어디어디로 오라고 하셨다. 입구에서 전화를 하면 나오겠다는 말씀이셨다. 네비양의 안내를 따라 도착해서 연락을 하려고 전화를 켜니 아뿔사 주문자 그분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아 이걸 어쩌나 하면서 전화를 하니 시청에 있으니 그리로 오시면 된다는 말씀이었다.  시청으로 가서 전달을 하고 00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 제가 워낙 눈치가 둔한 사람이라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괜찮다는 말씀이셨다.

 

점촌 가서 동생한테 전달하고 호계까지 배달을 마쳤다. 식당 앞에는 차들이 많아서 조금 멀리까지 가서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보니 전화기가 없다. 차를 세운 곳으로 가려다 보니 전용 주차장이 보였다. 다시 차를 끌고 와서 동생 내외와 같이 철판 낙지볶음으로 점심을 먹었다. 저번에는 참 맛있던 곳이었는데 코로나 후쥬증인지 별 맛을 모르겠다.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오후 늦게 다시 은척으로 배달을 두 건 했다. 그리고 혼자 저녁을 먹으면서 한잔 마셨다. 마을기업 부가세 관련 자료를 작성하는데 잠이 퍼 부었다. 세무사에서 대행을 하지만 매출액만은 맞춰 달라는 조건이었다.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그만 지고 말았다. 그러는데 사또가 부른다고 해서 형방을 따라 나섰다.

 

-- 공무 수행 중에 옆길로 샜것다?

--그런 일 없습니다.

--오늘 정찰 여정에 리더스파크가 들어 있더냐?

--칠성이 임무는 상주생각하고 시청 그리고 점촌 밖에 없었사옵니다. 사또!

--이러고도 발뺌하려 드느냐

--사또 주문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잠시 혼선이 있었사옵니다.

--웬 변명이 그리 심한고?

--사또 잠시 제 말씀을 들어 보시옵소서

--ㅉㅉ 칠성아 선물은 그리하능기 아이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내 친구 노모였다. 저 사람이 벌써 저렇게 높은 양반이 되었나 반신반의 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서려는제 누군가 제지했다. 아는 체 해봐야 서로 입장만 난처하다고 귓속말로 충고를 했다.. 사또 아니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선물을 할라카만 질로 먼저 챙기 도야 하는 거지 팔다 남은 거로 하만 안대지!

--팔다 남은 거 아인데유 저 두부 오늘 한 거라요!

--배달하다가 연락이 안 댕께 땜방으로 할라카다 사달이 난거자나!

--살다 보만 피치 못할 사정도 있기 매련이요!

--그래도 사돈댁에는 그카만 안 된다.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님이다. 

--사돈이 아이고 처남입니다.

--나한테는 사돈이다 이말이다.

--지가 우째서 아부지 사돈까지 챙기야 함미까?

--니가 잘 못하만 다 내 흉이 대능거 모리드냐?

--그만 아버님께서 운제 장모님이나 우리 처가집에 선물하신 적이 한분이라도 있슴미까?

--왜 이카나, 니가 내 형편 뻔히 알민서!
-- ㅠㅠㅠ!!

--그만 갈란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니 두부작업을 마친 옆 사람이 돌아 왔다.
=====================

주님은 우리 옆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신안 주씨

'소소한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흔적  (0) 2023.01.28
계묘년설날  (0) 2023.01.22
가짜설이지만  (1) 2023.01.01
눈치&^%~  (0) 2022.12.22
눈길을 쓸면서  (0) 2022.12.17